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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바깥에서 시작된 이야기

음산한 마음

XD 님 커미션



인간이 발조차 들여놓기 어렵다는 그 첩첩산중을 파고 들면, 인간 뿐만 아니라 요괴의 욕망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 마가모토 산이 나온다. 그 곳을 찾아온 것이 무엇이든간에 마가모토 산의 기세를 보는 것만으로도 굳은 의지가 솟구친다는 말은 실제로 그 산이 품은 아름답고도 굳센 광경을 보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광경 때문에 마가모토 산의 중턱에서는 그 주위를 둘러싼 산맥의 기가 솟구쳐오르는 거대한 물줄기가 흐르고, 인간이든 요괴이든 그 곳을 차지한다면 큰 부와 명예를 누릴 운명을 차지할 수 있다는 설화가 전해내려올 정도였다. 그 말이 진실인양 인간들은 그 곳에 접근하고 싶어했으나 많은 이들이 실패했다. 마가모토 산을 찾으러 들어갔던 이들은 그 산을 찾지 못 하고 산을 다시 되돌아 내려왔다. 놀라운 건 아무리 앞으로 가고있다고 생각해도 다시 자신이 올라갔던 출발지점으로 한치도 틀림 없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맥의 중앙에 있는 마가모토 산에는 신이 머무르고 있으며 이 산을 들어오려는 자들이 길을 헤메며 목숨을 잃지 않게 도운다는 이야기가 내려왔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설화가 아닌 진실이었다. 아니, 진실이라기엔 인간의 일방적인 해석이 매우 많이 섞여있었다. 마가모토 산에 흐르는 물줄기는 정말로 존재하며 그 산을 다스린다면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 할 힘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진실이었다. 그렇지만 그 산을 다스리는 건 놀랍게도 오니 하나였다. 그 오니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안 알려져있지만 그는 산의 기를 넘치지 않게 조절이 가능하며 온갖 지식을 섭렵하여 그의 명석함은 널리 알려져있어, 그를 잘 아는 인간이 아닌 자들은 아주 먼 곳에서도 답을 구하기 위해 험난한 곳을 거쳐 그를 찾곤 했다.

마가모토의 산과 그 오니의 명성만큼이나 그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서도 침범하는 자들은 많았다. 세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기나긴 시간동안 그 산과 기맥을 지켜온 오니는 그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아름다운 산 속 낮이 되면 지저귀던 새들의 울음소리는 공포에 파묻힌 채 소리를 내지 못 했고 숲의 살아있는 것들이 침식 당하듯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따사로운 햇빛 전부를 스멀스멀 전부 가리며 마가모토 산과 그 일대를 뒤덮은 재앙(災殃)의 기운은 달이 뜨지 않은 밤의 검디 검은 그림자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기운은 땅을 기어가는 뱀처럼 느리게 이 산의 생명(生命)을 집어삼켰다. 뻗어나온 땅으로부터 기운을 빼앗긴 나무들은 메말라가며 썩어버린 가지 끝 나뭇잎들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먼지처럼 분해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있는 동물들은 자신들의 生을 부지하기 위해 산을 휘감는 재앙의 기운으로부터 발을 빨리하여 도망칠 수 있는 만큼 도망쳤다. 날 수 있는 짐승마저도 재앙에게 잡아채이며 잡아먹는 참혹한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물줄기가 만든 아름다운 호수까지도 '그건' 발을 디뎠다.

으스스한 빛을 내는 푸른 도깨비불이 호수 곁의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이 밝게 비추고 있다. 도깨비불의 힘때문인지 그림자처럼 뻗어나오려던 어두운 기운들은 섵불리 빛으로 다가오지 못 했다. 도망쳐 이 곳으로 향해 살아남은 동물들은 도깨비불 너머의 공간에 모여 옹기종기 모여 덜덜 떠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자신들 앞에서 도망친 생명을 삼키기 위해 요동치던 그림자들이 일순간에 멈추고 자리를 물렸다. 그와 동시에 호수와 물줄기를 둘러싼 도깨비불의 요동침도 멎었다. 누군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처럼 불빛의 빛이 더 밝아졌다.

하가모토 산에는 익숙하지 않은 인기척이 났다. 밝디 밝은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서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곳에 서서 다가오지 않았다. 가장 밝게 흔들리던 빛이 일순간 사라지더니 공기의 흐름에 큰 파동이 쳤다. 먼지처럼 휘날리던 사엽의 조각들이 모래바람과 같이 그림자를 덮쳤다. 그리고 그 사라진 빛이 있던 곳에서 오니는 모습을 드러냈다. 공중에서 사뿐히 발을 내리자 작은 불빛이 그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그의 곁을 맴돌았다. 푸른 불빛에 붉은 뿔에 감도는 생명의 기운을 담은 무늬들이 빛을 발했다. 밀색의 머리카락이 아까의 파동으로 바람에 날렸다. 갑작스러운 바람이 멎자 오니는 빛의 끝에 서있는 자에게 덤덤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지를 전했다.

"인간과 재앙신이 뒤섞인 자여,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물러나라."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오니의 녹빛 눈에 대비된 붉은 빛의 눈이 그를 바라본다. 이 산의 수호신이 생각하기엔 그는 지금까지의 침입자들과는 다른 눈을 하고 있었다.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가 이 곳으로 올 이유는 없었다. 긴 침묵 끝에 그림자에 있던 그 인간은 발을 움직여 빛으로 발을 들였다.

"인간과 재앙신이 뒤섞인 자가 아니라 당신이 아는 제 이름이 있잖아요, 젠?"

젠이라고 불린 그 오니는 그 인간의 형체를 파악하자마자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막아둔 재앙신의 기운은 오른팔을 전부 뒤덮어 인간의 신체로는 억제할 수 없어 터지는 바람에 피로 얼룩덜룩해져 붕대는 어두운 붉은색이었으며, 그 영향인지 그의 오른쪽 눈은 공막이 어두워져 핏빛의 붉은 눈은 섬뜩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이미 반쯤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에 본래 없었을 오니와 같은 불안정한 뿔이 머리의 왼쪽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저건 필히 강제로 오니화를 진행하려다 실패한 결과가 틀림없었다. 젠은 도통 자신이 없던 공백 동안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는 침입자와 다름 없으며 이 산의 생명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 곳을 지키는 자로서 그를 막고 이 곳을 안전히 보전해야 한다. 젠은 생명을 모두 빼앗긴 이 곳을 다시 되살릴 방법이 있었지만, 재앙신이 여기서 더 날뛰면 희망은 없었다. 이 산의 신마저도 힘을 잃어버리게 한 거대한 재앙이 다시 재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자 활동이 멎은 재앙 덕분에 기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에게 시간이 더 필요했다.

"너는 무엇이 목적이지?"

"안부인사보다 목적을 묻다니 조금은 섭섭할지도 모르겠어요. 젠."

"내 질문에 답해라."

젠의 날카로운 시선이 일방적으로 그 인간에게 향한다. 갈색 빛의 긴 머리카락이 음산한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부드러운 눈웃음과 상냥한 말투를 거두고 오니와 연이 있어보이는 인간은 말을 이었다.

"젠은 내 목적이 이 산을 노리기 위한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러면 이미 내 답을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건 모른다."

그가 한 말에 거짓은 없었다. 젠은 그가 이 산을 노리기 위해 재앙을 끌고왔을거란 생각도 안 했다. 그래서 그는 의아했다. 만약 그가 이 산에 남았더라면 자신과 함께 이 산을 계속 지켰을 것임이 분명했을 인물이었다. 그 이유는 그는 마가모토 산에 대해 애착이 있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재앙을 뒤덮어 이 산의 생명을 깍아먹은 행동도 이해하지 못 했다. 대체 어떤 이유로 그는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이지? 인간은 이렇게나 빠르게 감상이 변하는 편인건가? 그리고 왜 그는 내가 그 답을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지?
자신이 던진 말로 깊이 생각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던 인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상대를 오랜만에 봐서 오는 기쁨인지 아니면... 곧 앞으로 자신의 답을 알려줄 과정을 떠올리며 오는 희열감인지... 그 존재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두 팔을 벌리면서 생각에 빠진 젠에게 그 존재는 말을 건넸다.

"젠. 모른다가 아니라 당신은 이미 알고있잖아요."

"... 어떻게 하면 이 곳을 떠날거지?"

"말이 빠르겠군요."

인간이 말을 계속 빙글빙글 돌리자, 젠은 명확한 답이 올 질문을 했다. 그에 재앙을 품은 인간이 가벼운 태세를 바꾸고 두 손을 모아 경쾌하게 "짝." 박수 소리를 냈다. 호수와 물줄기를 둘러싸고 있던 재앙의 기운들이 잠들듯이 굳었다. 그뿐이 아니라 젠은 산맥을 뒤덮고 있던 재앙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곳을 흐르는 기맥을 사용하여 그는 재앙을 잠재우려고 했다. 이대로 재앙이 기맥까지 장악했다면 이 일대 전체는 죽음으로 가득한 땅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 그 재앙의 시작이 자신이 한때 거뒀던 인간이라도 할지라도 봉인하거나 죽여야 했다. 그런 각오를 다졌다, 각오를 다지는 순간까지도 왜 그가 그러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재앙을 물렸다.

"예전처럼 우리 합을 주고 받아요. 내가 원하는 건 그거에요."

합? 젠은 그가 지금 하는 말을 이해 못 했다. 지금 이렇게 이 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하는 말이 함께 합을 치루자고? 원하는 것이 고작 나와 합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방법을 취할 필요는 없던 것 아닌가? 그가 지금 관심이 있는 건 이 산이 아니라, 나인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 발돋음을 하려는 것인가?
머릿속을 온통 어지럽게 만든 인간은 무언가 그리 신이 나는지 웃는 얼굴로 젠을 바라봤다. 젠에겐 그의 감정은 지금까지 와서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었다.

"상황을 마무리하고 그 곳에서 만나요. 젠."

인간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을 휘감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머릿속을 헤집을 상황이 아니었다. 젠은 몸을 돌려 다급하게 기맥의 물이 흐르는 호수로 향했다. 미처 확인하지 못 한 걸림돌에 넘어져 물에 넘어지듯이 엎어진 젠은 호수의 물에 흠뻑 젖었다. 그에 개의치 않고 그는 호수의 물 위에 자신의 손을 얹듯이 올렸고 한낱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사어(死語)를 읊어대기 시작했다. 그의 곁을 맴돌던 푸른 도깨비불들이 빨라져가는 젠의 말에 따라 점차 갯수를 늘리고 환한 노란 빛을 띄며 호숫가를 맴돌기 시작했다. 온화한 노란 빛이 젠의 곁을 돌던 그 때, 잠시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우던 그의 얼굴이 스쳤다. 빠르게 돌아가던 노란 빛들이 반딧불의 아름다움을 담은 듯한 빛의 장막을 만들어냈고, 그것들이 요동치며 물결이 퍼지듯이 호수에서 숲으로, 숲에서 산으로, 산에서 산으로 퍼져나갔다. 생명의 기운을 담은 파동이 점차 더 퍼지면 퍼질수록 生을 빼앗긴 것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삭막하던 먼지와 시체가 가득하던 곳에 고요히 다시 생명의 울림이 퍼져울렸다. 햇빛을 뒤덮고 있던 재앙이 비구름이 되어, 곧 햇빛에 반짝거리는 비로 땅 위를 적신다. 잔잔하게 내쉬는 숲의 숨결과 다르게 젠의 숨결은 거칠었다. 마지막 주술의 령까지 읊은 그는 주변을 확인할 틈도 없이 다시 호수 위로 쓰러졌다. 강한 기맥의 흐름을 끌어내서 광범위하게 전파시키는 것은 주술자에게 극도한 무리를 주는 것임이 당연했다.

누군가 물 밑에서 자신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물에 젖은 채로 젠은 북슬북슬한 털 사이에 힘을 주어 넘어져있던 자신의 몸을 끌어올렸다. 대를 이어서 자신을 도우고 있던 시카이 사슴이었다. 이 산을 지키는 오니인 자신과 깊게 연이 얽히며 요기가 생겼기에 멀쩡한 사슴으로 보긴 어려웠다. 그가 멀쩡하게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보니 젠은 안도감이 들었다. 뿔에 달려있는 잔풀들은 생기를 띄우고 있었다. 그를 안도시키려는 듯, 시카이는 이미 물에 젖었던 젠의 볼을 축축하도록 햝아댔다.

시카이의 도움을 받아 호수에서 나와 호숫가에 발을 딛은 젠은 휘청거렸다. 정말로 오랜만에 시도한 주술은 여전히 그에게 버티기 어려운 것이었다. 만약 재앙신을 품은 그가 재앙을 물려주지 않았더라면 젠의 상황을 더 악화되었음이 분명했다. 여전히 어딘가로 향하려는 자신의 주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시카이는 젠의 뒷덜미의 옷을 물었다. 자신의 상태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지만 상대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싫증을 줄곧 잘 내던 인간아이였다.

"걱정해주는 것은 좋지만 함께 있다가는 네가 휘말릴까봐 걱정이 되는군. 나 대신 이곳에서 이 곳을 찾는 동물들을 도와주지 않겠나?"

시카이는 뒤로 물러나 자신을 보내려는 주인을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다른 동물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호수의 건너편으로 향했다. 똘망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보던 그를 보낸 젠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기운이 반쯤 이상 빠진 몸을 이끌고 추억의 그 곳으로 향했다.

֍



강한 힘이 압도적으로 무언가를 뒤쫓아가는 소리가 "쿵!"하며 밤이 되어 어두워진 산의 나무들 사이에 울렸다. 당연히 그가 요구하는 건 단순한 합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단 둘이서 행했던 합을 시작하기 전, 젠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너의 힘을 나와 겨루어 힘의 강도를 시험해보려는 건가?" 그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요새와 같은 단련장에 올 때까지 생각했던 것들의 결론을 내리자면 그랬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그에게 합에서 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애초에 젠은 오니 내에서도 힘을 쓰기보단 고대의 주술을 이용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재앙이란 것을 수도 없이 봉인시키고 통제시켜봤지만 재앙을 휘두르는 상대와 합을 주고받은 경험은 전혀 없었다. 아까 재앙을 다루는 그 존재는 재앙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재앙을 억누르며 조절하고 있었다. 젠은 그가 자신의 공백 사이에 어떤 힘을 손에 넣은 것인지 감히 감이 오지 않았다. 그가 충분히 의지가 있다면 무력해진 자신을 소멸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 곳에 오지 않으면 그가 싫증을 내며 더 극악한 일을 벌일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상황은 현재의 자신이 막아내긴 어려운 현실임을 알았다.

이 합은 압도적인 힘의 찍어누름에 가까웠다. 다만 젠이 어느 정도로 그 힘을 피해낼 수 있는가였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있고, 평소보다 기력도 빠져있던 젠은 자신을 포위하며 손으로 붙잡듯이 자신을 잡아낸 그림자에 얽매여 포박되었다. 처음부터 패배가 예정되어있던 합이자 처음으로 젠이 그에게 진 합이었다.

멀리서 그림자를 움직이며 그를 바라보던 인간이 가까이 다가왔다. 바위에 기대 꽁꽁 묶여 포박된 것이나 다름없는 젠이 그를 경계했다. 몸에 놓아주지 않겠다는 마냥 끈적거리고 팽팽하게 조여진 그림자는 젠의 몸을 휘감는 빠져나올 수 없는 붕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젠을 바라보면서 띄운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자신의 품에서 부적을 꺼내어 그의 머리에 붙였다.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그의 몸짓이 속박술에 걸려 멈출 때까지도 그는 포박된 젠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는 억지로 젠의 턱을 잡아 들어올려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이런 상황이 오다니 무척 기뻐요... 이런 당신을 산 속의 다른 이들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잠자코 그의 행동에 어울려주던 젠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칼날이 날아오르듯 푸른 도깨비불이 형체를 바꿔 예리한 단검의 모습으로 그의 목 부근을 노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젠을 감싸고 있던 그림자가 날카로운 칼날을 드러내며 목을 긁어내며 목을 휘감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둘 사이에 겹치며 그 둘은 서로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 물러나라."

"아직도 힘이 남아 있을줄은 몰랐는데 ... 그래서 나를 해칠 거에요?"

무언가 짠한 얼굴로 그는 젠에게 물었다. 젠은 이 얼굴이 그가 섭섭하다는 감정을 가질 때 하는 표정임을 안다. 그렇지만 젠은 어떻게서든 이 곳을 지켜야 했다. 자신을 이 곳에서 머물게 한, 아직도 기억 속에서 생생한 그 사람이 남겨준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언젠가 다시 돌아오면 웃는 얼굴로 이 곳의 광경을 볼 수 있도록 힘써왔다.
이 곳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 너를. 의지를 다졌지만 어딘가 망설이는 빛이 가득한 눈을 상대는 놓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그럴... 것이다."

"젠, 내가 말했죠. 당신이라면 무엇이든지 좋다고."

그는 젠의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목을 감싸게 했다. 젠은 부적으로 인해 행동이 저지되었기에 자신의 의지 하나 없이 그의 손길에 따라야 했다. 그리고 그는 젠의 손으로 자신의 목을 짓눌렀다. 오니의 손톱은 일반인보다 길고 날카롭게 자라있었다. 거짓하나 없이 살갗을 파고든 손톱 근처에서는 피가 고여나오기 시작했다. 젠은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지 크게 동요했다.

"당신의 손으로 만든 상처도 여기 생기겠네요."

".... 왜?"

순수한 질문이 나왔다. 아직도 왜 그걸 모르냐는 얼굴로 그는 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이 시선을 돌려 자신이 만들어낸 푸른 단검을 쥐려고 하는 걸 보자마자 젠은 다급하게 그 형체를 없애버렸다. 쥐려는 순간 사라진 검을 보면서 아쉽다는 듯이, 당신의 불이 내게 새겨준 입맞춤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라며 중얼거렸다.

"당신이 날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도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잠시만 당신을 고통스럽게만 할게요."

"..."

그림자에 묶여있는 자신의 왼팔을 잡은 말라붙은 핏자국이 가득한 붕대가 얽힌 손을 보았다가 인상을 쓰면서 젠은 그 손의 주인을 바라봤다. 이 산에 온 이후 자신에게 스스럼 없이 대하기 시작한 그와 있으며 알게 된 것은 순수하게 장난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젠 자신이 눈치챘을지라도 굳이 어딘가에 숨어서 놀래키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어떤 방법을 써도 젠은 전혀 어울려주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자신에게만 그런 장난들을 친다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 대해 젠은 별도의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당사자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너무 절 믿지 않는 눈으로 보는 거 아닌가요?"

"지금 이 상황에서 널 신뢰할 수 있다면 그 자가 이상한 자일테지."

"내가 원하는 것에 따라주면 이 곳에 재앙을 다시는 풀어두지 않을게요. 어때요."

"너가 그걸 지킨다는 보장이 내게 없지 않나?"

"내가 당신과 하는 약속을 어긴 적이 있어요?"

"... 아니."

마가모토 산으로 답을 구하고자 산의 수호신을 찾는 방문자를 대할 때마다 그는 가벼운 말투와 선을 긋는 듯한 예리한 말로 상대를 농락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언행을 제약하는 약속일지라도 젠과 한 약속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한 말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가 자신에게 주려는 고통이 무엇일지가 전혀 예측이 가지 않았다. 그가 어쭙잖은 고통을 누군가에게 줄 리 없었다. 언젠가 자신도 그 누군가가 될 것이라곤 생각해봤지만 그것이 지금임을 이 곳으로 오면서 이미 알고있었다.

"흠 물론 지금 당신 붙잡혀 있는거라서 당신의 의사는 상관없긴해요."

"그러면 대체 왜, 나한테 그런걸 묻..."

그가 허리춤에 달고있던 수상쩍은 호리병을 꺼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몰라도 억제술이 가득한 부적으로 호리병이 뒤덮여있었고, 여는 뚜껑에도 일종의 속박술이 있었다. 저것의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에게 저걸 줄 목적이 확실했다. 호리병의 속박을 푸는 그의 행동을 본 젠은 침묵했다.

"혹시 긴장했어요?"

"저것 안에 있는 걸로 내게 무엇을 하려고 하는거지?"

"이걸 당신 안에 넣을거에요."

단순히 그의 손가락이 젠의 입술 위를 스쳤지만, 그 행동으로 직후 그가 할 행동을 유추할 수 있었기에 섬뜩한 기운이 입술 위에 남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파고드는 여린 바람이 그들의 주위를 맴돈다. 젠의 머리 위에 부적이 강하게 펄럭이지만 도통 떨어지지 않았다. 이 부적이라도 어떻게 처리한다면 이 곳을 벗어날 방법은 한 가지 있었다. 가까스로 끌어낸 바람마저 그 세기는 약했기 때문에 소용없는 일이었다. 인간은 너무 꽉 깨물고 있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한 그의 입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입술을 너무 깨물면 다쳐요, 젠."

집중을 하면 입술을 깨무는 습관이 있는 그에게 변하지 않은 부드러운 말을 하면서 입술을 쓸어내렸다. 긴장감이 급작스럽게 풀려버렸던 탓일까, 타인의 손가락은 입 안에 스며들기 쉬웠다. 빠르게 정신을 차린 오니의 날카로운 이빨이 검지를 물지만 그건 아무래도 물리는 당사자에겐 아기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는 것과 같아 보였다. 잡히지 않은 엄지와 중지가 강하게 양쪽 턱뼈를 짓누르자 벌려진 입은 도통 다물려지지 않았다. 바위에 누워있다시피 기대어있는 그의 몸 위에 올라탄 그의 얼굴은 그늘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찌만 붉은 눈만이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호선을 그리면서 그 눈은 눈웃음을 지었다. 아랫입술에 닿는 따스한 느낌은 피부가 아닌 호리병임이 분명했다.

"이제 넣을게요."

그 말을 들은 직후 호리병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입 안에 그 한 방울이 닿자마자 속을 모두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가 몸을 타고 기어올라왔다. 컥-, 열기에 짖눌린 숨소리가 젠의 입을 통해 나온다. 신체의 기가 전부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몸 속을 커다란 뱀이 꿈틀거리면서 기어다니는 것과 같은 고통이 그의 몸을 짓눌렀다. 당사자의 고통은 개의치 않고 그 속에 든 건 계속 또르륵- 또르륵- 흘러나와 젠의 입 안에 전부 떨어졌다.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는 것들이 모여 숨을 쉴 때마다 함께 들어오는 것은 정말이지 지옥의 고통이나 마찬가지였다. 젠은 거의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젠이 고통에 시달리며 본능적으로 끌어올려버린 바람이 가까스로 이마의 부적을 날려버렸지만 자신이 일어나지 못 하게 막는 그림자와 그 자의 무게 때문에 상체를 일으켜 세울 수 없어 강하게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고통스러운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쌓여가는 고통 때문에 자신도 버둥거리는 그를 붙잡아 두는 것이 어려웠는지 점액질의 어두운 액체의 방울들이 입술을 벗어나 떨어지려하자 그는 황급히 다른 손의 손가락으로 담아올려 다시 입에 넣었다.

"... 하나도 흘리면 안돼요.

정작 당사자는 덜덜 떨면서 몸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에서 정신을 부여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듣지 못 했다. 그는 호리병의 기울기를 더 세워 젠의 입에 전부다 쑤셔넣었다. 병 안에 있는 걸 다 쏟아넣자마자 자신의 뒤로 호리병을 집어던져버리고선 다시 젠의 입을 부드럽게 덮었다. 젠의 입에 들어간 것들을 바깥으로 빠지게 둘 순 없었다.

"다 삼키고 받아들여야 해요."

입을 다물린 탓에 헐떡이는 정신 사이로 그는 입에 있던 것을 삼키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입에 머금고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속을 침범하니 고통은 첫 한 방울이 입에 닿았을 때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계속되는 강제로 몸을 비트는 감각과 익숙치 않은 통각 때문인지 젠은 숨을 제대로 몰아쉬지 못 하고 의미 없는 호흡질을 하고 있었다. 주먹을 너무 꽉 쥐어서 인지 날카로운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나던 손을 누군가가 펼쳐서 깍지를 꼈다. 자신의 손을 잡은 온기에 정신이 없던 젠을 집중하게 했다. 상대는 불안정하고 빠르게 호흡을 하려던 그를 진정시켰다.

"응. 괜찮아요. 젠, 괜찮아요. 숨 몰아쉬어요."

그는 말을 마치고선 직접 숨을 몰아쉬고 내뱉는 것을 계속해서 시범을 보였다. 자신을 쑤셔대는 고통에 계속 눈을 찡그리다가도 젠은 곧잘 그 호흡을 따라했다. 점차 그의 호흡이 안정되었다. 호흡이 안정되어서도 고통은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따금 다시 젠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아이를 타이르듯이 그는 자신의 오니를 진정시켰다. 고통이 의식의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자 젠의 얼굴에서도 일그러짐이 점차 사라졌다. 깍지를 낀 손을 놓지 않고선 그는 거의 울 것 같은 눈으로 젠을 바라봤다.

"잘 삼켰어요. 힘들었죠. 고생했어요, 젠."

젠을 묶어두고 있던 그림자들이 서시히 풀려나가며 묶은 것을 놓아주었다. 고통은 가셨지만 여전히 정신이 차릴 수 없었던 젠은 방금 이마에 닿았던 부드러운 촉감을 잊어버렸다. 오니답지 않게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던 젠은 몽롱하게 위를 올려다 보았다. 입가에 살짝 묻어있던 액체를 닦자 손가락에는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색이 묻어났다. 그리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쩌적- 갈라지더니 가루가 되어 떨어지더니 공중에서 사라졌다. 없어진 액체에 의문을 품고 있다가 그 뒤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젠은 그의 멱살이라도 잡을 생각으로인지 몰라도 빠르게 팔을 뻗었다. 그렇지만 힘이 다 빠져버린 몸은 그대로 쓰러졌고 그가 넘어질 것을 눈치챈 상대는 부드럽게 젠을 끌어안듯이 자신의 품에 안았다. 커다란 손이 등을 약한 힘으로 토닥인다. 그때 젠은 이상하게도 본인의 등을 두드려주는 그의 손이 따듯하다고 생각했다.

"몸이 성치 않을테니까요. 진정해요."

그는 자신의 품 안에 안긴 젠을 가볍게 안아올렸다. 그는 왜 이런 것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예전에는 그의 체온에 별다른 감흥이 든 적이 없었다. 지친 아이를 잠재우는 자장가를 불러주듯이 부드럽게 젠에게 속삭였다. 당신이 버텨줘서 고맙다고, 당신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건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미안해요. 계속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근처에는 오니와 인간이 함께 지냈었던 허름한 작은 집이 있었다. 젠은 그가 떠나고 나서 단 한 번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집의 문이 삐그덕- 큰 소리를 내며 열리자 그 안에는 피운지 꽤 오래된 듯한 모닥불이 있었다. 모닥불 곁에는 부드러운 천이 마련되어있었다. 추억의 장소에 젠을 데려온 그는 몸에 혹여나 큰 충격이 갈까 조심스럽게 그를 눕혔다. 갈빛 붕대가 감긴 팔을 뻗으려다 왼손으로 땀에 젖은 그의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흔적은 제가 남겼으니까 그걸 따라 시카이 씨가 당신을 도우러 올거에요."

젠은 여전히 그에게 의문인 것들과 궁금한 점들이 많았다. 일어서려는 그의 소매를 힘겹게 손 끝으로 잡았다. 안아올리듯이 자신의 손을 쥔 그의 손이 따스하다. 무언가 이상했다. 갑자기 그의 체온이 와닿는 이유는 뭐지. 그 따스함의 끝에서 젠의 모든 감각이 흐려지는 상황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곧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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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함께 호숫가를 거닐던 인간 소년에게 오니는 물었다. 안절부절하지 못 하며 함께 걷고 있던 붉은 눈의 소년이 드디어 오니가 한 마디를 꺼내자 빠르게 대답했다. 그의 태도를 보아하니 공포 때문에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오니가 말을 걸자 웃는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그 오니는 호수가 알려줬기 때문에 자신이 머물 곳을 찾지 못 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재앙신을 품은 아이가 이 곳으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지역을 수호하는 이라면 그런 이를 타지역으로 내쫓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그 산의 수호신은 달랐다. 자연이란 본래 무질서에 가까운 것이기에 평화와 혼돈은 한 장 차이에 가깝다, 그 오니의 생각은 그랬다. 지금 내쫓는다고 해서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또한 재앙신을 품은 자들은 쉽사리 죽지 않았고 이러한 배척들은 그런 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내 더 큰 결과를 불러온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재앙신이라고 칭하기도 인간라고 칭할 수도 없는 존재를 이 숲에 끌여들었다.

지식의 앎에 집착하는 그 오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주술들을 모두 이용해 그 존재 안의 재앙신을 주기적으로 짓누르며 갈 곳 없는 자를 자신의 곁에 뒀다. 처음에는 숲의 모든 이들이 오니에게 간곡히 그 존재를 숲의 바깥으로 내쫓을 것을 간청했으나 오니는 자신의 주장을 물리지 않았다. 되려 그런 이들에게 "그 존재를 데려온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라고 대답했다.

오니의 삶으론 짧은 시간동안 인간의 삶으론 좀 긴 시간동안 그 오니는 그 존재와 함께 했다. 그 안에 있는 재앙은 혼돈에 가까운 것이 맞았다. 생명을 집어삼키는 재앙을 많이 봐왔지만 인간의 몸에 봉인되어있는 재앙의 형태를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 혼돈은 질서가 잡혀있는 것을 무질서로 이끄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것이 인간의 육체 안에 갇혀있기란 어려웠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니의 도움에 인간의 육체 안에 봉할 수 잇게 되었고 인간의 몸 상태는 이전과 다르게 좋아졌다. 그리고 둘의 관계 중 처음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는 그 시기에 생겼다.

"비록 재앙신이 얽혀있다 한지라도 너는 인간의 삶에 더 익숙하지 않은가? 너의 몸은 이전과 다르게 안정되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세상으로 왜 돌아가지 않지?"

인간은 모여서 무리를 만들고, 무리는 모여 마을을 만들고, 마을은 모여 국가를 만든 존재들이었다. 보통은 가능하다면 인간의 공동체 내에 있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인데 소년은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자연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 것인가? 그의 반응이 궁금해 오니는 멈춰서서는 살짝 키를 숙여 소년의 얼굴을 바라봤다. 인간만큼 얼굴에 많은 것이 드러나는 생물은 적다. 뭐지? 인간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안면에 붉은 기가 올라오는 것인가?

의문과 궁금증이 가득해져가는 오니는 소년의 얼굴에서 곧 혐오감과 공포를 포착했다.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던 소년은 어떤 점쟁이에게 붙들려 재앙을 가둘 최적의 그릇으로 판별되고 난 이후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회상했다. 자신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된 채 인간 취급도 받지 못 한 채로 고문과도 같았던 시간을 소년의 몸 곳곳에 있는 흉터와 불로 지져 새긴 술식이 증명했다. 오른쪽 손목에 흉하게 남아있는 낙인, 災殃이 눈에 띄자 소년은 급하게 오니가 자신에게 준 소매로 그걸 덮었다. 표정을 숨기지 못 한 채 소년은 말을 이었다.

"이 곳이 저에겐 더 편안한 곳이니까요."

재앙을 인간의 몸에 가둔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릇이 될 인간은 재앙을 감당 못 해 죽는 것이 보통이며 그 힘을 악하게 휘두를 가능성이 정말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인간은 후자의 이유로 힘을 얻기 위해 병기를 만들어내곤 했다. 단순히 이 여린 생명도 그에 휘말린 것이리라. 젠은 소년에게 이 곳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명확하게 모르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런 것을 질문하면 자신이 그를 괴롭히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자신의 욕구를 억눌렀다. 확실히 다른 인간이 몸을 뒤덮은 흔적을 보면 이 소년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안쓰러운 빛이 소년을 맴돈다. 생각보다 오니의 입에서는 부드러운 말이 나왔다.

"너가 편안하다면 그걸로 되었지만... 나중에 인간의 세계에서 적응이 힘들 수도 있다. 돌아갈 때는 너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라."

사람과 다르게 차가운 손이 소년의 머리를 덮는다. 길을 잃은 부자(父子)가 이 산맥에 들어왔을 때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보았다. 아들에겐 마음에 위로가 되듯이 보인 것처럼 보여 오니는 대뜸 시도해봤다. 오니는 살짝 비비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굳어버린 소년의 반응을 보며 혹여나 내가 그에게 했으면 안 되는 행동인가 고민을 시작할 무렵,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도 표정은 좋아보였다. 소년의 기분 좋은 웃음에 오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띄웠다.

"알겠습니다, 젠님."

"나에게 굳이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다. 젠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나저나 아직도 네 이름을 안 정한건가."

처음 그를 맞이하러 갔을 때 젠은 소년이 거의 죽어가는 상태로 자신의 구역이 쓰러져있었기 때문에 첫인사치례 같은 것을 전혀 하지 못 했다. 이후에도 길길이 날뛰는 재앙을 억누른다고 제대로된 대화를 전혀 하지 못 했고 마가모토 산에 온 지 두 달이나 지나고서야 이렇게 그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녹빛의 눈을 소년은 피해버렸다. 자신에게 되뇌이는 듯한 중얼거림은 가까이 서있던 젠에게도 너무나도 잘 들렸다.

"어차피 나중에 재앙으로 남을 무언가인 제게 이름 따위 필요없지 않은가요."

재앙을 품은 것들은 그것의 이름이 아닌 재앙의 이름으로 차후에 사람들의 기억에 새겨지고 기록에 남겨진다. 재앙의 그릇으로서의 정보는 사라지고 그 재앙이 얼마나 흉측하고 끔직했는지만이 남는다. 결과만이 기록에 남는다. 그의 말은 인간의 세계 쪽이라면 틀린 말은 없었다. 확고한 심증을 가진 오니의 말이 풀죽은 소년의 귀를 뚫는다.

"아니, 넌 내게 있어 재앙이 아닌 무언가로 남겠지."

말을 한 직후 자신을 거둬준 이 산의 신이 해준 말이 잠시 기억을 스쳤다. 기록할 수 없는 것들은 정말로 많지. 너가 바라는 대로 정확하게 모든 걸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기에 기억이라는 게 더 중요한거야. 역사에 있어 패자인 너의 인간으로서의 삶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겠지. 그렇지만 내가 너의 모든 걸 기억해.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기억해. 그러니까 그렇게 절망적인 눈으로 현재를 보지마. 과거의 당신은 내가 가지고 있을게. 너는 나와 현재를 이 곳에서 함께 해줘. 인간으로서의 육체를 잃고 억울한 영혼이 정처없이 맴돌던 것을 붙잡아 그는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처음에 모든 것에 절망했다. 인간으로서 맞이한 끝은 참담했다. 죽지 못 하고 되살아난 것에 원망했다. 그런 나를 다시 붙잡은 건 이 산의 신이었다. 정신이 정처없이 맴돌던 나를 이 곳에 머무르게 해줬다.

이 소년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곳에 온지는 난 모른다. 그렇지만 이 산에서 자신이 구원받았듯 자신을 바라보는 이 소년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우러져 나왔다. 최소한 이 곳에서 그가 편안하게 지내길 바란다. 인간이었을 적 자신이라면 생각치도 않을 마음이다.

문득 소년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니 소년의 얼굴이 어쩡쩡한 빛을 띄고 있었다. 기쁜 얼굴인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인지 전혀 판단할 수 없었다. 인간일 때도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얼굴의 변화에 집중하곤 했으나 어린 아이들은 다루기 분석하기 너무 힘겨웠다. 진중하게 그가 물었다.

"지금 나는 너에게 실례를 범할 말을 했나? 미안하지만 나는 인간과의 교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을 고려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정확히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 해. 너가 이 곳에 계속 머물 것이라면 너가 있는 동안 인간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싶다."

과도한 탐구의 빛이 소년에게 몰아닥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 한다는 그 눈은 맑은 호기심으로 가득차있었다. 아무래도 인간과의 교류가 제일 적은 그이기에 그 소년은 인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직접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지만 애정이 고팠던 인간에겐 생각보다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오니의 머릿속에서 그의 이름으로 적합한 것이 떠올랐다. 이렇게 손쉽게 생각난 것은 오랜만이었던 것일까 점잖았던 오니의 말투가 흥분에 차있었다.

"괜찮다면 너의 이름은 유이토(結人)는 어떻지? 인간에게 있어 불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름인가?"

대답이 빨리 나오지 않자, 다급하게 자신의 머리를 짜내어 다른 이름을 줄줄이 읊기 시작한 오니에게 소년은 방금 첫 번째로 말씀해주신 이름이 좋다고 질세라 후다닥 말했다. 이름짓기가 끝나자 저멀리서 사슴이 뛰어온다. 무언가 오니에게 전할 말이 있는 듯 했다. 오니가 사슴을 쳐다보며 먼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아직 걸음이 느린 어린 인간은 오니가 준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계속 되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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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이 이 일대를 덮은 지 보름이 지났다. 산을 뒤덮은 기맥의 강렬한 기운때문인지 황폐했던 산이 거짓소문이었던 마냥 마가모토 산은 생명이 넘쳤다. 다시 되돌아간 아름다운 광경은 오늘도 눈부시게 지저귀고 있었다. 다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이가 있었다.

그가 돌아간 이후 젠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평소보다 신체의 열이 올라갔고 몸의 곳곳에서 도자기가 깨진 듯한 검은색 금이 생겼다. 또한 알 수 없는 통증이 몸을 뒤덮었다. 오니의 몸으로선 생각하기 어려운 증상들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의 몸 안에 들어간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위해 본인이 익히고 있던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말끔히 사라진 것 마냥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젠은 마지막 방법으로 다른 산의 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시카이를 다른 산으로 보냈다. 본인이 직접 나서기엔 자신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잘못하여 다른 산에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이 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떨어지지 않는 미열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안정을 취해야 마땅한 상황이었지만 한동안 시카이에게 맡기고 직접 산의 곳곳을 살피지 못 했기 때문에 오늘은 꼭 젠은 자신이 산을 살피겠다 다짐한 날이었다. 몸의 상태는 자신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았지만 며칠 호수의 곁에서 쉬고 나니 홀로 거닐 수는 있게 되었다.

기맥이 솟구치는 다른 곳들도 살피면서도 젠의 머릿속은 두통과 생각으로 득실거렸다. 그를 마주할 때에는 마치 자신이 아닌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그의 성장을 곁에서 봤기 때문일까, 재앙을 끌고온 그는 제거해야할 마땅한 존재였을텐데 젠은 그러지 못 했다. 심지어 그가 대놓고 꾸민 판에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하고 결국 이런 상태까지 되었는데 자신은 그에 대해 해결되지 못 한 의문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을 뿐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다음 장소로 발을 옮기다가 젠은 우뚝 그 자리에 섰다. 나는 그에게 약한 것인가? 왜 내가 그에게 약한 것이지? 자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미간을 짚어봤지만 현기증이... 음? 두통의 세기가 아까보다 약해졌음을 젠이 깨달았다. 몸의 상태가 갑자기 이렇게 좋아질리가 없다. 만약에 다른 요소가 있다면 그건.

잠시만,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를 향해 걷고 있지? 이동하려 했던 다음 장소가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자신이 발을 옮기고 있었다. 당혹스러움에 자리에 선 젠은 갑작스레 뒤에서 끌어안은 온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 유이토.

"... 당신을 기다렸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온기와 함께 자신을 끌어안는다. 속박술 같은 것은 전혀 없을텐데 안간힘을 써도 자신의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그의 품에서 나올 수 없었다. 고통에 익숙했던 몸이 깊은 곳에서 다시 으슬으슬 찢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런 고통에 호흡이 빨라지자 뒤에서 끌어안은 유이토가 다시 그 때처럼 귓가에 젠의 이름을 부르며 진정시켰다. 어서 이 품에서 나가야한다는 생각과 왜 자신의 몸이 이런 현상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던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숨을 헐떡이면서 질문을 했다.

"내 안에... 무엇을 넣었지?"

"당신이라면... 알 줄 알았는데 실망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거에요?

그는 현실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그가 한 짓을 이해하지 못 했다. 아니 정확히는 스스로가 납득할 이유를 찾지 못 했다. 평소에도 유이토는 자신의 손익을 따지면서 상황에서 치고 들어가고 물러날 법을 아는 현명한 자였다. 오니는 그런 자가 그런 위험을 감수해서 자신에게 손을 댈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겉가죽을 산 채로 뒤집어 엎는 듯한 고통이 온몸을 강타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 한 것이지 그가 무엇을 한 지는 젠이 모를리가 없었다. 그의 온기에 자신이 널뛰고 신체가 미열이 올라오고 알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되다가 방금 멎고 유이토의 품에서 왜 미친듯이 통증이 다시 일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그가 모를리가 없었다.

자신의 품에서 고통에 힘겨워하며 반항조차 하지 못 하는 젠의 모습에 유이토의 입가에는 즐거운 웃음이 번졌다. 자신의 오니의 허리를 감싼 팔에 더 힘이 들어간다. 이렇게 될거라면 더 빨리 당신을. 입 밖으로 나오지 못 한 말은 유이토의 머릿속에서 즐겁게 웃는다. 어서 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추스리면서, 유이토는 젠의 귓볼을 살짝 깨물더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 해 당장이라도 이성이 끊어질 것 같은 정신으로 이를 꽉 깨물면서 젠에게 속삭였다. 당신이 외면한 현실이 이거잖아요?

"제 영혼을 반으로... 끊어낼 때는 정말로 힘들었어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휘감는 고통이 내 전신을 강타했어요."

아마 당신이 지금 겪는 고통보다 더 괴로울게 분명해요. 털어놓듯이 하는 말에 젠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인간의 영혼을 반으로 끊어낸다고 표현하기보단 산 채로 잘라낸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알맞은 말이었다. 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반으로 나뉜 영혼은 육체에 연결되지 않으면 소멸되고, 그에 따른 본 영혼을 가진 자는 극한의 고통에 놓이게 된다. 심지어 다른 이에게 영혼을 연결시키다가도 영혼이 소멸되는 경우기 매우 많아서 위험한 것이라 금기시되는 술법이었다.

"대체 왜..."

역시나 맞았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잘라내 젠에게 넣었다. 전에 자신은 그에게 이야기했다. 자신은 본래 오니가 아닌 인간이었던 자였고 이 곳의 신이 자신을 거둬 오니로 만들었다고. 유이토는 그 점을 이용했다.

자신이 왜 정체불명의 액체를 마시고나서 그렇게 고통스러웠는지, 왜 미열이 있었는지, 왜 그의 온기가 따스했는지, 왜 자신이 센틱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는지, 왜 자신이... 그의 접촉을 통해 더 강렬하게 고통스러워졌는지 그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다. 오니인 자신에게 인간의 영혼을 집어넣으면 모습은 오니이지만 속은 인간과 더 가까운 존재가 된다. 애시당초 미열이 아닌 사람의 체온으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자신이 겪고 있었다. 또한 타인의 몸에 정착된 찢겨진 영혼은 본래의 육체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에 자신의 몸은 유이토를 원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혼자서 떠돌다가 그가 있던 곳으로 걸어온 것이고 더 가까워지자 찢겨진 영혼의 회귀본능이 강하게 데워진 것이었다.

젠은 열이 올라오는 머리를 뒤로 한 채 이 상황에 대한 정리를 차곡차곡 해나갔다. 유이토는 그런 그를 기다려주는 듯 했지만 참지 못 하겠는지 흥분감이 올라오는 듯한 톤으로 말을 다시 시작했다.

"당신과 동등한 위치이고 싶었어요. 곧 사라질 무언가와 그에 비하면 영생을 사는 당신이었잖아요. 제가 당신에게 어떤 행동을 해도 당신은 그 억겹의 시간동안 저를 차차 잊어버리게 될거잖아요. 그런건 싫어요. 나도... 나도 당신과 계속 함께이고 싶어요. 그 신이 지금도 당신과 함께 있는 것처럼."

자신과 함께 있을 때도, 젠은 호숫가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그에게 소중한 이라는 건 알았다. 그런 큰 은혜를 받았다면, 고마워하고 그 사람을 그리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젠은 그 너머만 볼 뿐 나를 봐주지 않았다. 그건 내가 한낱 인간이기 때문인게 분명했다. 그 신은 젠의 곁에 계속 형체 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가 계속 기억하고 그리고 있는 거다. 그러면 유이토는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된다면 젠의 눈에 들 수 있을거라 확신했다.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인간도 재앙도 아닌 자신은 그의 눈에 들 수 없다.

"당신의 곁에서 사라지기 싫어서 날... 내 몸을 오니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내 체질이... 맞지 않아서 실패했어요."

그래서 젠을 떠났다. 이 체질에 맞춰서 주술을 세상의 곳곳에서 직접 더 배워보겠다고 젠에게 말했다. 젠은 역시나 덤덤하게 그를 보내줬다. 그런 그의 태도에 유이토는 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자신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게 맞았다.

주술을 배운다는 핑계로 온갖 금기술이란 금기술을 다 익히고 다니던 유이토는 강제로 오니화를 시도했지만 인간도 재앙도 아닌 그의 몸은 더 불안정하게 변했다. 가까스로 재앙을 막고 있던 육신에서 금이 생기고 왼쪽 눈의 흰자위가 검은자위로 변하고 머리의 왼쪽 부분에서는 보기 흉측한 뿔이 돋아났다.

유이토는 딱히 변한 자신의 모습에 혐오심을 가지진 않았다. 여전히 한낱 인간을 벗어나지 못 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귀신이 되는 방법이라던지 물건 신이 되어보는 방법도 찾아봤지만, 재앙을 품고잇는 자신을 변화시키기에 알맞던 것은 오니로 변하는 것 밖에 없음에 유이토는 절망했다.

"당신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해요.."

그렇지만 유이토는 곧 방법을 찾았다. 자신이 변할 수 없다면, 상대를 변화시키면 된다. 이기적인 희망에 부풀어 오른 마음은 서둘러 자신의 오니를 만날 계획을 세웠다. 당신을 나와 같은 불안정한 존재로 만들면 나를 이제 제대로 바라봐줄 것이란 이기적인 욕망이 피어올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젠의 고통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당신을 보지 못 하는 사이에... 서서히 약해져선 나만을 찾을 당신을 생각하니, 흥분감에, 소름이, 돋을 것 같았어요. 지금도 그래요. 이 안에서 내 영혼이 당신을 내가 있는 이 곳으로 끌고 왔잖아요."

자신이 강제로 삼킨 그의 영혼처럼 유이토의 숨결이 목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나를 포박했던 그림자처럼 자신을 끌어안은 그의 팔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유이토의 감정이 다시 격해지고 있는지, 젠의 속에서 강한 불꽃의 씨앗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목 전부를 감싸 자신이 숨쉬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살짝 덧댄 그의 손이 목을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나만 당신을 찾으러 이 산을 헤맸는데, 이제 당신도 날 찾게 될 거 잖아요. 너무 기뻐요."

유이토의 표정을 전혀 보지 못 하는 젠도 지금 그의 표정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유이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을 했지만 그와 다르게 흥분한 빛을 감추지 못 하는 그의 말들은 이렇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단듯이 웃고있었다.

"너의 심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괜찮아요. 이해하지 못 해도 괜찮아요. 이게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인걸요."

사랑. 그는 자신을 길러준 존재이지만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고나서까지도 계속 함께 지내면서 그에게 이상한 감정이 자꾸만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오랜만에 누군가와 친숙하게 보내고 있기에 드는 감정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젠의 마음 속에 있는 그 신과 젠이 결국 자신을 시간이 흘러 잊어버릴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처음부터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거였다. 나는 그에게 각별한 존재이고 싶었다. 내가 그의 모든 것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모든 것이 아닌 그 일부라도 차지하고 싶었다.

그를 생각하면 젠 본인이 혐오할 법한 음험한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이게 내가 젠에게 가져도 되는 생각과 감정들인가? 이건... 어떤 감정이지? 머리속을 스치듯 지나간 말이 하나 있었다. 비록 그게 젠은 관심 없다고 제쳐둔 서적에서 본 단어였다할지라도 말이다.

사랑. 자신을 길러준 그에게 빠져있는게 분명했다. 자신을 길러준 젠을 향한 마음을 그렇게 정의내리기로 한 순간부터 유이토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사랑을 받아보지 못 한 자는 그렇게 사랑을 정의했다.

"당신 안의 흥분한 내 영혼을 고요하게 만들 방법도 하나 있죠."

"내가 너의 식신이 되어라 이 말인가."

고통에 익숙해져가지만 여전히 젠의 상태는 좋아보이지 않는다. 오니와 인간이 뒤섞인 몸으로 점차 변해가면서 유이토의 영혼을 감당하긴 쉽지 않았다. 덤덤하게 젠이 그 방법을 이야기했다. 유이토가 가장 원할 방법은 그것일것이 당연했다.

"역시 당신은 분석이 빨라요. 식신과 유사하네요. 그렇지만 살짝 달라요. 당신의 육체와 정신을 나의 육체와 정신에 연결시키는 계약 관계에 가까워요. 당신의 육체와 정신이 나와의 계약으로 이어지면 당신의 안에 있는 영혼도 원래 몸으로 돌아온 줄 알고 잠잠해질 거에요."

그의 말이 맞았다. 그런 방법으로는 분명 자신의 고통을 줄일 수 있긴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다른 방법 하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눈을 찌르던 땀에 젖은 본인의 머리카락을 넘기고 젠은 그 방법을 이야기했다.

"아니, 다른 방법도 있다. 내가 너를 죽이는 방법."

그를 죽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타인의 신체에 정착한 영혼은 그 영혼이 강하면 강할수록 떨쳐내는 건 쉽지않다. 유이토의 영혼도 그런 사례이기에 본체에 돌아가려는 힘도 강하기에 이렇게 젠이 고통받는 것이다. 그렇지만 영혼의 출처가 죽는다면 말이 달라진다. 독자적인 영혼으로 살아남아 정착한 몸에서 살아간다. 그쪽이 젠에게는 더 효율적인 방법임이 틀림없었다.

"열기로 혼란스러울 텐데도 정신이 무너지지 않는군요.역시 젠은 대단해요"

만족스럽다는 투로 유이토는 자신에게 안긴 젠의 얼굴의 윤곽선을 훑었다.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언젠가부터 젠은 자신이 이렇게 만지는 것을 꺼려했으니까 정말로 오랜만에 이렇게 원한다면 닿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했다.


"젠은 나를 죽일 거에요?"

"유이토."

"드디어 당신이 내게 준 이름을 불러주네요, 젠."

젠이 지금 당장 자신을 죽인다고 해도 유이토는 젠이 자신에게 내려준 이름을 불러준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계속 자신의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아서 가뜩이나 슬퍼졌던 그였다. 아이처럼 웃으면서 자신의 목을 젠의 목과 맞대고 더 세게 끌어안았다.

"너무 기뻐요."

유이토는 잠깐 무언가를 읊더니 들어올린 오른손에 온통 부적이 들러붙어있는 칼집에 박혀있는 단검이 나타났다. 젠의 귓가에사 유이토는 말을 이어나갔다.

"난 항상 모든 수를 대비해두는 거 당신도 잘 알거에요. 이 칼을 이용해서 내 재앙의 눈을 찌르고 나를 통채로 호수에 던져버리면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에요. 본체가 사라지면 당신의 안에 차지한 내 영혼은 원래 몸이 없어진 걸 알고 당신의 몸에 적응해나갈거에요. 아마 당신의 몸 안에 있는 그 영혼도, 나의, 마음과, 똑같이, 기쁘게, 살아갈, 거에요."

중요한 부분이라며 유이토는 마지막 말에 강조를 줬다. 젠은 계약을 체결한 이후 그를 죽일 방법을 찾으려고 했으나 그가 스스로 자신에게 죽일 방법을 줄 것이라곤 생각 못 했다. 젠의 왼쪽 눈을 가리고 유이토는 다시 한번 그의 귀를 입에 담았다. 씹어나고 나서야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이 이 칼로 찌르고 날 버리면 당신을 괴롭히는 이 고통이 영원히 사라져요."

유이토는 상냥하게 단검을 고통으로 앓고 있는 젠의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뒤에서 끌어안고 있던 젠을 풀어 자신을 바라보도록 끌어안았다. 친절하게도 그는 단검을 쥔 젠의 손을 들어올려 찍어누를 곳도 가리켜줬다.

"자, 어서 해요. 젠"

날카로운 단검의 끝이 검은자위의 붉은 눈으로 향해있었다. 여기서 젠이 손을 움직여 그를 호수에 버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젠은 자신의 손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의 계약 아래라면 불안정하게 자신은 이 산을 지켜야 한다. 그를 죽이는 것이 이해타산에 맞는 말이었다. 내가 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그를 바라보면서 그와 있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을 보듯이 스쳐지나간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함께 이 곳에서 겪은 일들, 그리고 그를 떠나게 한 그 날까지. 나는 너와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젠은 손에 쥔 단검을 근처에 있던 바위로 집어던졌다. 쨍그랑하고 단검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유이토의 예상도 단검과 함께 깨졌다. 젠은 단검이 완전히 깨진 것을 보고 다시 유이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너와 계약을 맺으면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젠..."

젠은 유이토가 왜이렇게 감복에 겨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처음부터 내가 죽이지 않을거라 시도한 것이 아닌가?

"너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니 기대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 그가 자신을 어떻게 다룰지가 문제였다. 그런 그의 걱정을 아는지 유이토는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너무 많은 걱정 말아요. 당신과 내가 연결될 뿐이지 당신이 산에 미치는 영향력도 사그라들지 않고 당신의 산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거에요. 단순히 당신과 나를 영원히 끊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 뿐이에요. 앞으로도 더 즐거워질거고요."

"나는 ... 이 산을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내 앞에서 다른 사람 생각하면 그건 좀 질투나네요."

좀 질투난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속이 찢어질듯이 그 신이 극도로 증오스러웠다. '당신이 없었으면'이라는 마음이 속에서 소리를 질러댄다.


"그리고 또 무슨 짓을 할 생각이지?"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잖아요?"

이 표정은 정말로 극악의 장난을 칠 때 하는 그가 짓는 표정이다. 젠은 결국 다시 한번 한숨을 몰아쉬고 만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좋다. 다만 방금 했던 약조들은 지켜주길 바란다. 할 수 있나?"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내가 이런걸 원했을 것 같나?"

"당연히 아니겠죠. 그렇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는 있어요. 지금은 외면하고 있어도 몸이든 마음이든 나로 채우고 나면 당신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 앞으로 그가 자신한테 할 언행들이 도저히 예상가지 않는다. 왜 저렇게 확신에 차있는 말을 하는 것인지 젠은 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서둘러 이 상황을 마무리하고 싶은 것인지 서둘러 말을 채갔다.

"... 계약의 증표는 어디에 남길거지?"

"대답 안 해주면 조금은 섭섭한데요, 젠. 그러면 나는 역시 혀가 좋을 것 같아요."

유이토는 대놓고 젠의 윗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젠이 아무리 생각해도 유이토의 취향은 이상했다. 시선을 회피하면서 혀에 굳이 해야하나 싶어서 유이토를 바라봤지만 싱긋 웃는 얼굴로 젠을 볼 뿐이었다. 입술에 가해지는 압박을 이기지 못 하고 젠은 입을 살짝 열었다. 계약의 증표를 혀에 남기면 그것도 그것대로 잘 보이기 때문인건가.

손가락이 들어올 줄 알았던 젠은 자신의 눈 앞에 와있는 유이토의 얼굴에 살짝 몸이 굳었다. 떼어내려고 몸을 붙잡아 밀어보지만 자신을 강하게 부여잡은 유이토를 이기지 못 하고 입에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였다. 타인의 혀가 치열을 훑자 유이토를 잡은 젠의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간다.

콱 깨물리는 소리가 나더니 비릿한 피맛이 입가를 맴돈다. 유이토가 젠의 혀를 깨물었다. 혀에 바늘에 콕, 콕 찔린듯한 통감이 느껴진다. 젠의 눈이 유이토의 눈을 매섭게 바라본다. 그러나 유이토의 눈은 행복에 겨운 눈이었다. 입을 떼자 유이토의 손이 입을 파고들었다. 그가 젠의 혀에 새겨진 자신을 바라보며 무의식 중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름답게 잘 새겨졌네요."

그러면 이제 돌아가도 될까.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젠의 입은 다시 틀어막혀졌다. 자신을 뒤로 몰아붙이는 힘 때문에 그는 유이토와 등을 기댄 나무 사이에 갇히게 되었다. 그만하자고 말을 꺼내봐도 그가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어쩡쩡하게 펼치고 있던 두 팔을 유이토가 자신의 목에 감싸게 했다. 단순히 지금 그와의 접촉을 통해 색다른 감정이 드는 것은 그의 영혼이 내 속을 들어차고 있기 때문인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나열하며 젠은 입을 맞췄다. 이 상황이 벅차고 기쁜 것인지 입을 맞추는 유이토의 얼굴에서는 기쁜 홍조가 가시질 않았다.

드디어 이렇게 당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젠. 염원하고 염원했던 일이 결국 자신의 손 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미치도록 기뻤던 그는 한동안 자신의 사랑을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이제 당신과 인연을 맺은 이가 맞겠죠.

너와 입을 맞추고 있지만 나는 너에게 어떤 감정을 품은지 모르겠다, 유이토. 증오라고 부르기엔 너무 여리며 애정이라고 부르기엔 나는 너에게 그런 대단한 감정은 없다. 나는 너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면 되는거지?

엇갈린 두 마음이 얽혔다. 그 둘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지 그 둘도, 아무도 전혀 몰랐다.



.
재앙이 스며든 산맥 : 센틱의 달각 이야기 종료


















[후기]

7월에 오니 달각 au로 넣은 커미션 오고나서 내림받듯이 떠오른 플롯이었는데 드디어 내놓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네요.

본격적으로 지들끼리 말만 잘 되었으면 사랑으로 잘 해결되었을 상황인데 삽질 좀 거하게 많이 판 것 같네요... 뭐 삽질 없었어도 유이토(센틱)의 성향은 바뀌지 않으니 한번은 난장판은 났겟지만 다른 루트인 해각은 더 잔잔하고 평화롭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이 오니 달각 AU에 대한 정리 어쩌고

Q. 젠과 어린시절의 유이토의 관계는 어땠나요?
A. 생각보다 젠과 유이토가 성격이 잘 맞는 편입니다. 호기심이 많고 질문이 많은 그를 잘 받아 쳐주면서 다른이와 교류가 적던 젠이 오랜만에 즐겁게 교류를 했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역키잡최고


Q. 로이에의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긴건가요?
A. 로이에는 본래 인간의 몸이 오니가 된 것입니다. 원래 이 산을 지키고 있던 산의 신에게 구원 받아 인간이 오니의 형태로 그 신의 곁에 머물게 되었는데, 로이에는 정확하게 오니의 몸이었지만 센틱 이 미친놈이 로이에를 자신과 같은 무질서한 존재로 만들고 싶어했고 자신의 손 아래 있길 원했기 때문에 본인의 영혼을 반으로 잘라 로이에의 몸 안에 쑤셔넣게 됩니다. 그래서 로이에의 몸이 점차 본래 인간과 같은 몸으로 조금씩 돌아가면서도 여전히 오니이기 때문에 센틱의 생각한대로 흘러가게됩니다.


Q. 센틱이 이야기한 앞으로 즐거워질 일들이 뭔가요.
A. 지금 현재 계약으로 열기를 억눌렀는데 주기적으로 억눌러줘야합니다. 이후는 19금계에서 봅시다.


Q. 센틱이 본인의 영혼을 반쪼각내면서 감수한 위험이란게 어느정도 되나요
A. 인간도 아닌 불안정한 몸이라서 좀 버프가 되었겠지만 꿈왕국 더블픽업에서 당신이 노리던 가챠5성인 친구를 연차 세번 돌려서 양각하고 미각까지 남길 확률에 가깝습니다.


Q. 전에 있던 마가모토 산의 신은 누구인가요.
A. 몇백년 전 재앙을 정화하다가 그 실체를 잃어버린 신, 하루쿠입니다. 금발의 여우신이었습니다. 실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젠은 그 기맥에 눈을 감고 빠져들면 그를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젠이 이 산을 사랑하게 하고 지키게 만들어준 장본인입니다. 추후에 만약에 속편이 있다면 실체화된 히라기와 구애인(아님)한테 젠을 다시 빼앗기기 싫은 유이토 사이에서 고통받는 젠 이야기 아닐까싶습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셰리아가 하루쿠입니다. 참고로 둘이 연인 관계인 적이 없습니다.


Q. 젠(로이에)가 인간인 시절은?
A. 역사를 기록하는 왕족의 가문이었으나 몰락해가는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지배자가 나타났으나 패자의 기록까지 모두 기록하려 했기 때문에 죽음을 당하게 된다. 죽임을 당하기 전 본인의 기록을 모두 강제로 태우는 것을 목격하고 죽었습니다.




젠 | 자연
하루쿠 ㅣ 맑게 갠 하늘
유이토 | 인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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