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속에서 시작된 이야기

당신은 이야기가 적혀있는 종이가 담긴 유리병을 발견했습니다

* 추후 수정할 가능성이 있는 프로필입니다.

* 해당 드림주와 연인관계에 있는 드림캐에 대한 개인해석이 있는 편입니다.

* 페레레 로셰, 둘의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 담고있습니다.

* 20.12.07 해당 글의 많은 사항 수정 및 추가됨

* 읽으시면서 오타 혹은 문맥의 오류 확인 시 말씀부탁드립니다.

 

 

 

유자청님 CM

 

 

첫 만남

 

"너도 내가 궁금해서 와준거야? 이야~ 이거 너무 기쁜걸! 나는 지금 레콜드에서 살고 있는 셰리아라고 해! 나를 부르고 싶으면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어! 그렇지만 막 부르면 나 슬플거야."

 

 기록의 나라, 레콜드에는 이지적인 여우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사람. 길거리에서 보통 카페거리에서 나타나며, 로이에 왕자가 자주 찾으러 온다고 한다. 로이에 왕자와 깊은 인연이 있으며, 현재 그와 함께 기록의 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름: 셰리아

 거주국: 레콜드

 (본인이 주장하는) 나이: 31세 

 키: 169cm

 

 

| 당신은?

 

"나는 말이야. 분석적이고 관찰력과 끈기력이 대단해, 그렇지만 좀 소극적인 면도 있지? 그리고 내 감정에 솔직한 편! "

 

성격에서는 이렇게 본인이 대놓고 말하는 것처럼 뻔뻔한 면이 있다. 

 

"... 나 안 나간다?"

 

... 하지만 틀린 말을 하지 않고 뻔뻔한 것보단 본인의 장단점에 당당한 편이다.

 

"흠, 오늘 몰래 사온 커피 아직 안 마셔봤네, 물 끓이러 가야지.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이상하게 말하지 마."

 

 

 본인이 갔으니까 하는 말인데, 커피원두 산거 내가 로이에한테 일러바쳤다. 로이에는 카페인 중독 때문에 셰리아에게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는 편이지만, 셰리아 본인은 커피를 집착하는 느낌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늦게 잠든다. 여전히 잠드는 게 무서운 듯 하다.

 

 사교성이 매우 좋으며, 본인 생각보다 더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예전에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서 질렸다고 하지만, 정말로 사람을 좋아한다. 또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끌어내는지, 그 과정을 바라보는 것을 무척 즐거워 한다. 

 

 분명 평범한 먈량광이로 보이는 데 얕잡아 볼 순 없는 편이다. 웬만하면 속아 넘어가지 않으며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편이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이상하리 만큼, 셰리아가 가진 지식은 보통 수준을 뛰어넘는다. 그 수준이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전문가와 같은 지식들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말하기를 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 사람들이 배우고 있던 지식을 자신도 배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외관상 보이는 나이로는 믿기 어려운 지식수준이다.

 

 그 지식수준에 비해서 건강과 체력은 좋지 않은 편이다. 커피에 집착하는 면도 보이면서 수면 장애가 온 적이 있으며, 애당초 몸이 무슨 1년은 안 움직인 것과 같이 뻣뻣하고 근육이 많이 뭉쳐있는 편. 주변에서 하도 챙기라고 말을 얹어서 스스로도 운동을 하려고 하나, 운동할 바엔 일을 하겠다라고 하는 편이다. 참고로 고통을 좋아하지 않는다. 

 

 애칭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어서 부르지만 상대가 확고히 싫어하는 반응을 보일 시, 어떤 애칭으로 불러주면 좋겠냐고 선듯 물어본다. 너무 기분 나빠보였을 시에는 먼저 사과한다.

 

 본인의 허락 없이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초면에 귀와 꼬리를 만지려고 쓰거든 정색하면서 하지말라고 확고히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상대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에 바로 선을 긋는 편이다. 

 

 여행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 많은 장소들을 돌아본 것이 아니라 어디 나들이 간다고 이야기가 나오면 첫번째로 손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바다가 제일 가보고 싶었데나 뭐래나. 

 

 셰리아는 레콜드에 오기 전에 어디서 보냈을까. 수인의 나라? 아니 여러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온갖 나라를 떠돌아다녔을까? 정확히 그녀가 머물렀던 장소를 다 말할 수 없다. 정말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을 헤맸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한 것 같고 사람이 의식 속에 머문다는 그런 비논리적인 상황을 셰리아는 벗어나지 못 하고 탈출을 포기한 채로 세지 못할 세월을 보냈다. 이따금식 자신이 희망하는 환상을 보기도 했다.

 

 

꿈 속 기억의 잔해

 

  레콜드로 오기 전, 셰리아는 특수한 존재였다. 누군가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존재하며, 셰리아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은 셰리아가 머물고 있는 당사자가 잠에 들어 꾸는 꿈이다. 꿈을 꾸는 당사자는 꿈 속에서는 그 존재와 지낸 꿈 모두를 기억하지만, 잠에서 깨서 일어나면 그 존재를 기억하지 못 한다. 그렇지만 다시 셰리아가 머무르고 있는 사람이 잠에 들고 꿈에 들어오게 되면 그제서야 셰리아와 있었던 일들을 기억한다. 셰리아는 꿈으로 들어오기 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그녀는 본인이 어떠한 저주에 걸린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정한다.

 

 꿈 속에서 여럿 사람들을 만나고, 여럿 상처 받고서는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타인의 꿈속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는 형식으로 꿈 속에서 만난 이와의 관계를 저항하기도 해봤다. 그걸 한 몇십년 하다보니, 본인이 지낼 기나긴 세월을 이렇게 틀어박혀 사는 것은 본인 손해라고 생각하고서는 예전보다 더 활기차게 꿈 속에서 꿈꾸는 당사자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관계를 쌓아올린 누군가가 자신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 한다는 것은 암울한 감정을 들게하며 본인이 직접 드러내진 않지만 슬퍼한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꿈꾸는 당사자와 점점 감정적으로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고 자각하면, 그제서야 멀리 하려고 하는 편이다. 

 

 본인이 의도치 않아도 꿈 속에서 쫓겨나는 때가 있지만, 본인이 머물고 있는 이 꿈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셰리아도 방법이 있다. 상대가 싫어하는 온갖 것들,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것들을 본인이 행함으로서 꿈꾸는 당사자가 더 이상 셰리아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감정이 강해지면, 그 때 셰리아는 자신이 머무르던 꿈 속에서 쫓겨나게 된다. 도통 어떻게 본인의사대로 꿈을 떠날 수 있을까 하다가 어쩌다 알아낸 방법이었다.

 

 세상의 사람이란 참 많기도 하고 운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셰리아는 전에 꿈속에서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때 안 것은 자신이 그 꿈에서 떠나버리면 그 꿈꾸는 당사자는 셰리아에 대한 기억 전부를 잊어버린다. 다시 꿈 속에서 만난다고 할 지라도, 셰리아만 기억할 뿐 당사자는 셰리와의 기억이 일절 없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건 슬프지만 그게 셰리아 자신의 운명임을 거부하는 것을 포기한 채로 받아들였고, 새로운 꿈으로 이동하고 그 당사자가 꿈 속에서 눈을 뜨는 그 순간을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제 당신과 나는 어떤 방식으로 헤어지게 될까?'

 

그리고 꿈 속에서 눈을 뜬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안녕~ 나는 당신의 꿈 속에서 머무를 셰리아라고 해. 잘 부탁해!"

 

 

그건 기록의 나라, 레콜드의 왕자 로이에의 꿈에서도 마찬가지였었다.

"너는 누구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맞나?"

 

 

| 시작은 평범한 꿈  

 

 셰리아에게 이런 인간이 오랜만이었다. 본인이 꿈을 꾸고 있는걸 알고서는 셰리아의 말, 모두를 쌩까고서 본인의 꿈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무시당하니까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나흘이 되서야 본인이 여성을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고, 확고하게 여성이 싫다고 말하는 남성도 적은 편이었던지라 새로운 관찰대상을 찾은 셰리아는 신난 눈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시선을 받고 로이에는 언짢아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다른 꿈들에서도 그랬듯이 셰리아는 꿈에서 눈을 뜨는 로이에를 항상 즐겁게 반겼다. 그러면서 여느때나 그렇듯이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 당사자가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묻곤 했다. 애당초 왕자의 꿈 속에 들어온 것도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요근래는 꿈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로만 들어왔던 기록의 나라는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기억되지 못 하는 사람이 전세계를 기록하는 나라의 왕자의 의식 속에 들어오다니 얼마나 재밌는 상황인가라면서 속으로 한탄하기도 했다. 

 

 로이에는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물론 기록의 나라도 흥미로웠다. 꿈세계의 역사기록, 꿈세계의 마법기록, 꿈세계의 계보, 꿈세계의 대중문화, 다양한 세계 최고의 기록들이 자동적으로 새겨지는 석판을 관리하고 있으며 기록의 나라 왕족은 해당 석판을 보관하고 기록들을 감시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개입해왔다고 한다. 실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은 나라지만 꿈이란 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셰리아에겐 캔버스 안에 그려진 낙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흥미 모두는 로이에에게 향했다. 애시당초 온갖 인간상을 꿈 속에서도 보고서도 인간은 독특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관찰자의 역할을 자진해서 맡아온 이유도 있었다.

 

 로이에는 논리적인 사고를 선호한다. 감정에 기반한 모든 사고판단은 비논리적이라고 판단하며 이 비논리적인 사고를 가져오는 감정은 본인을 약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로이에는 온 지식에 대한 갈망과 탐구심이 인간을 좋아하는 셰리아의 탐구심과 맞먹을 정도라, 이것저것 역사를 비롯해 과학적 지식, 심리학적 지식 등등 온갖 지식을 갈구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표정과 시선으로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완벽하진 않지만 대부분 진실에 가깝게 추측한다. 추론과정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편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만큼이나 본인의 감정을 자각하는 것이 느린 것처럼 보였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닌, 어떠한 자신의 언행을 보고 자신의 현재 감정은 이런 상태인 것인가? 하는 추론과정을 거쳐 본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독특한 사고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사고체계 때문이었던걸까 로이에의 꿈 속은 여러 지식들이 형상화되서 나오기도 했다. 물론 다른 이들도 그랬듯이, 본인의 무의식, 감정 등도 형상화된 모습으로 로이에와 셰리아 앞을 떠돌아 다녔다. 셰리아는 그 모든 곳을 로이에가 잠든 동안, 즉 자신과 꿈에서 깨어있는 동안 함께 그 곳 모두를 돌아봐줬다. 로이에의 기억 속에 흐릿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과거의 본인이나 경험, 그의 감정까지도 전부 꿈 속에서는 남아있었고 로이에는 그들을 셰리아와 마주했다.

 

 마치 미술관의 큐레이터 마냥 셰리아는 로이에에게 로이에 본인을 설명했다. 로이에 본인부터 로이에를 이루고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까지, 로이에 본인이 나중에 말하길 제일 값진 경험이었다고 한다. 로이에는 본인이 익숙하게 봐온 역사의 기록뿐만 아니라 온갖 기록들의 기저에는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려 하는 프레임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사회라는 크나큰 힘 속에서 모두들 그 프레임 아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본인 또한 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로이에는 그 때, 본인이 꿈 속의 기억들을 현실에서 떠올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본인이 궁금해하지 않았던 본인에 대한 탐구가 끝나자, 로이에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꿈 속에서 떠다니는 민들레의 하얀 홀씨를 보면서 "너희들은 날아가기라도 하는구나." 라고 중얼거리던 셰리아의 표정은 로이에가 딱 잡아 논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대해 논하기엔 본인이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셰리아가 본인을 아는 것보다 큰 차이가 날 정도로 적었다. 그래서 그 날아가는 하얀 홀씨들을 본 이후부터는 로이에가 셰리아에게 묻는 것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래서 역으로 로이에의 셰리아 분석기가 시작되었다. 셰리아는 수백번이고 봐왔던 꿈을 꾸는 상대가 본인을 궁금하는 과정을 로이에한테서 보자 덜컥 겁이 났다. 물론 셰리아는 순수하게 자신을 알고 싶어하는 상대의 호의에는 기뻐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깊은 관계를 이어가면 갈수록, 그 사람이 현실에서 죽고나서는 그 관계와 본인을 기억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로이에와 더 가까워지면 본인이 더 상처받을 것이 분명해져서, 드디어 로이에와도 헤어져야할 때가 왔음을 그때 셰리아는 직감했다. 

 

 그때였을까, 셰리아는 투영을 통해서 바닷가를 보여달라고 그랬다. 꿈꾸는 당사자는 본인이 경험한 것들을 그대로 꿈 속에서 투영해낼 수 있었다. 그것이 물건이든 생명체든 장소이든 시간이든 간에 말이다. 로이에는 무언가를 기억해내고 투영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셰리아는 어쩐지 느낌으로만 로이에가 말하자면 비논리적 추측으로 그가 잘 해낼거라고 말하며, 그에 로이에가 본인이 바다를 생각해낸 그 시점부터 이미 바다를 투영해낸 것을 보고 본인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라고 신나했다. 물론 이 뒤에는 바다에 빠져보겠다고 뛰어간 셰리아를 로이에가 저지하는 소동이 있기도 했다. (로이에는 긴박했던 나머지 빠져죽지않는다는걸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 셰리아가 신났던 건 다른 사람이 보여준 투영들에 반해 본인이 투영된 해변가에 있는 존재로서 모래를 바닷물을 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 셰리아는 함께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넌지시 로이에가 현재 머무르는 곳을 언급하며 투영으로 레콜드를 보고 싶다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그곳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셰리아를 만나기 전 로이에라면 분명 그건 비논리적인 말이라며 투영을 보는 것으로 실제 갈 수 없을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셰리아를 만난 후의 로이에는 사뭇 달랐다. 로이에는 자신이 셰리아에게 가지는 감정을 여럿 사고과정을 거치더라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라 리스크가 컸다고 판단했다. 로이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성의 거대한 문 앞에서 레콜드의 석양이 지는 모습 전부를 기억해 낸 후 가뿐히 투영해냈다. 거창한 말 대신에 그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거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행동했고, 그는 본인이 이후에 그녀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것이라며 인지했다. 

 

 사실 셰리아가 본인의 희망을 말하는 말, "바깥의 공간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란 말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해 까는 첫 부비트랩에 가깝다. 실제로 불가능하단 걸 상대도 셰리아도 뼈저리게 알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보통 불편한 분위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걸 시작으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어느새 본인은 그 꿈을 빠져나와 다른 사람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다가올 그 과정들을 예상하며 셰리아는 말을 건넸지만, 아무 말 없이 레콜드를 투영해 보여주는 로이에의 위로이며 그의 마음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낀 살가운 온기였다. 신난 듯이 셰리아는 로이에가 잠이 들어 본인을 만나러 올때마다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했다. 이별하는 미래가 아닌 함께 보내는 현재에 시선이 사로잡혔던 건, 셰리아에게 정말로 오랜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와중에 로이에는 현실에서 꿈으로 들어올때, 본인에게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꿈 속에서 로이에가 바뀐 사고, 가치관이  점차 현실의 자신에게도 반영되고 있었다. 그 작은 변화가 셰리아를 현실에서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불러일으켰고, 로이에는 본인의 감정이 정돈되지 않은 채로 셰리아에게 사실을 전했다. 

 

"설마 꿈속의 일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겠어?"

"아니, 지금은 내 말을 믿어줘. 현실의 나에겐 정말로 변화가 일어났다."

"... 너에게 변화가 생긴건 좋은 일이야, 그렇지만 나를 현실에서 기억하지 못 하잖아."

 

 셰리아의 냉정한 말과 뒤이어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로이에의 머리 속은 온갖 것이 뒤섞인 그 자체였다.  

 

"다시 꿈으로 들어왔는데 너가 다른 곳에 떠나고 이 곳에 없을까봐 널 떠나야 하는, 아니 깨어나야 하는 이 시간이 제일 두려워."

꿈이라서 상대를 끌어안아도 도저히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맥 없는 이불을 끌어안은 느낌이다. 평소 같지 않은 호흡의 속도, 떠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주지 않으려 뒤로 숨긴 손, 초점을 잃어가고 있는 너의 눈, 울어버릴 것 같은 너의 표정. 자신을 상처입힐 지독한 거짓말을 내게 하고 있었다. 그런 너에게 전할 말들이 논리적으로 정연하지 않아. 그렇지만 말하지 않으면 우리 둘에게 늦어.

"그런 말들로 날 밀쳐내려 하지말아줘. 내 곁에서 떠나려 하지 말아줘."

 

 로이에는 자신이 가진 감정을 모두 자신의 품 속에 안고 있던 셰리아에게 심경을 토로하듯이 털어놓았다. 자신이 얼마나 불안감이라는 감정 때문에 미치겠는지부터 내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가운데 너가 있다는 말까지. 그렇지만 로이에가 깨어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은 로이에도, 품 속에서 잠자코 안겨 있던 셰리아도 알고 있었다. 셰리아가 로이에를 올려다보면서 한 마디를 꺼내려 했다. 그렇지만 로이에는 자연스레 눈꺼풀을 닫아버렸다.

 

 

꿈? 현실? 환상?

 

 로이에가 눈을 감고 뜨자 본인의 익숙한 침실의 천장이 보였다. 꿈에서 깨어났다. 자신의 눈꺼풀을 왜 그렇게 쉽사리 닫아버렸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절망감에 일어나기도 싫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본인의 사무관이 소리 기척 없이 들어왔던 것인가,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누운 채로 뒤돌았다.

 

 "좋은 얼굴이네. 잘 생겼어." 라는 말을 하는 셰리아가 있었다. 로이에는 지금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자각하지 못 했고 심히 당황했는지 눈을 빠르게 깜박이자 셰리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니까 이런 모습도 가능한건가?" 라고 혼잣말도 보태서. 

 

 본인의 환상이 만들어낸 로이에(라고 생각한 진짜 로이에)가 편했는지, 셰리아는 자신의 이런저런 말들을 털어놨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셰리아의 환상인지 파악하려고 손을 뻗으려 했지만, 본인의 말을 이렇게 털어놓는 셰리아는 로이에도 처음이었기에 손을 거두고 셰리아의 말을 경청했다. 

 

 자신이 꿈 속에서 겪은 민폐인간들, 항상 있었던 이별들 그리고 꿈 속에서 탈출하기를 얼마나 포기했는지까지. 그녀가 가끔 꺼내는 주제들이었지만, 이번은 주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아까 하려던 말의 연장선이였는지, 꿈 속의 로이에와 동일하게 모든걸 내려놓고 셰리아는 혼잣말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게 되었냐면, 본인의 감정이 확실하게 본인의 감정이란 걸 깨달았을 때, 방금 너의 말을 듣고는 어땠는지까지 알아서 다 털어놓았다.

 

"너와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이렇게 햇빛을 맞이하며 아침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어, 그럴 수 없을 텐데 말이야?"

 

 로이에는 그녀의 모습에 본인의 의지가 아닌 손이 따르는 대로, 누워있던 셰리아 위에 몸을 겹쳤다. 그리고 말 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눈을 꿈뻑이는 셰리아의 귀를 쓰다듬었다. 볼을 쓸어내렸다. 아침이 되어 흘러내리던 햇빛에, 반짝이는 볼의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줬다.

 

 도통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환상의 로이에가 하고 있으니 뭐지? 하던 셰리아는 밀쳐내려 로이에의 가슴팍을 밀면서 이야기했다.

 

"하이고, 이제 환상이 날 덮치려 드네, 떨어져봐... 어..어라 무.. 무거워?"
"셰리아...?"

 

 본인이 자신 만지고 있는 상대가 셰리아고, 지금이 현실이란 걸 알아차리자 로이에는 셰리아의 이름을 부르고선 끌어안아 버렸다. 물론 너무 세기조절을 못 했던 것인지 셰리아가 아프다고 등을 통통 쳤고, 셰리아는 본인도 로이에도 자세를 일으키고, 본인을 끌어안게 했다. 지금 이 상대가 셰리아가 맞는지, 로이에는 본인이 납득될 때까지 셰리아를 끌어안고 어루어만졌다. 본인이 납득될 때까지라니, 그런 핑계로 더 어루어만지고 싶었던 것이면서라면서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느날 봄이 오는 그 날에 누군가의 침실에서, 브루미님 CM 

 

 

| 온전한 기억의 유리병

 

 꿈에서 벗어난 현재까지도 자신이 기억을 잃은 이유, 꿈 속을 헤매는 존재가 된 이유를 알지 못 한다. 꿈 속에서 셰리아를 끌어낸 이후, 로이에가 쥐잡듯이 기록을 살펴보았지만 해당 존재에 대한 기록에 남아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알 방법이 도통 없다. 

 

 아무래도 로이에의 주변인이라면 적잖아 당황했을 것 같지만, 다들 눈치는 채고 있었다. 분명 본인은 업무 외에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날이 갈수록 인간관계 내에서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는 등 변화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어떠한 만남이 지속되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있었지만 실체적으로 드러난 만남은 없었기에 모두들 의아했던 편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날 하늘에서 툭 떨어지기라도 한 것 같이 갑작스레 셰리아가 나타났다. 로이에가 "내 손님이다."라면서 소개했고 계속 곁에 머물게 했다. 모두들 셰리아를 대하는 로이에의 모습을 보고 '아, 저 사람이.'라고 속으로 다들 깨달았다. 그렇지만 둘이서 친숙한 관계인 것으로만 보이고 연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연인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이 꽤 많았다. 

 

 잠에서 깨어난 로이에의 곁에서 함께 꿈에서 깨어나고 나선, 본인의 저주에 대해 여러모로 정보를 찾아보려 했으나 전혀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다. 딱히 본인의 저주에 대해서 알리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로이에 외에는 셰리아의 정체에 대해 안 사람이 전혀 없었다.

 

 로이에의 의식 속에서 떠다녔기에 기록의 방에서 사용하는 기밀들을 다루는 문자를 정확하게 해독하지 못 해도 어렴풋이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는데, 딱히 로이에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가 긴급 상황 때 도와주다가 되려 상황이 난처해진 적이 있었다. 그 때 로이에가 이 때문에 기록의 방에서 업무중인 사무관들과 기록의 나라 왕족들에게 셰리아가 처했던 상황을 알려줬고, 해당 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셰리아도 함께 기록의 방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로이에가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경우가 생기면 보통 셰리아가 나서서 따라간다고 하는 편. 하도 이런 일이 잦아지니, 비공식적인 로이에 전용 비서관이 되었다. 따라가는 이유는 본인은 실제로 겪지 못 했던 온 세계의 것들을 직접 체험하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이고 로이에도 불편해하지 않았기에 둘이 여행가는 느낌으로 둘은 동행했다.

 

 

| 누군가의 유리병을 열고 나오기 

 

 꿈 속에서 빠져나와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는 셰리아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꿈 속에 존재하던 때와 동일하게 셰리아의 행적들은 레콜드의 기록의 석판들에 나타나지 않았다. 

 

 셰리아는 원인을 알지 못 하지만 본인을 현실로 끌고나와준 로이에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구원해준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할지 어려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전혀 본인이 현실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가 덜컥 밖으로 나오고 엄청난 대우를 받으니 본인이 이런 호의를 받아도 되는지부터 구원해준 사람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또한 아직 셰리아는 본인의 상태에 대해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그건 곁에 있던 로이에에게도 잘 알고 있었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잠에 들면 다시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셰리아는 걱정에 지쳐 잠드는 수준이었고, 그런 셰리아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아니 자신의 곁에서도 사라질까 로이에는 잠든 셰리아를 자신의 품에서 끌어안고 잠들곤 했다. 셰리아는 자신의 예상하던 행동범위 바깥으로 셰리아가 나갈 시, 불안증세를 점점 보이던 로이에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셰리아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로이에의 곁에서 사라지더라도 로이에는 그 스스로 불안증세를 떨쳐낼 수 있길 바랬다. 그래서 셰리아는 언젠가부터 항상 붙어있던 둘이었기에 우리는 잠시 떨어져있을 필요가 있다 판단했다. 그렇지만 떨어져 있기 싫었기에 말하는 것을 미루고 미뤘다.

 

 레콜드는 꿈세계의 온갖 정보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셰리아가 아직 경험하지 못 한 온갖 나라들의 온갖 현상들은 셰리아의 귀에 들어왔고 관심이 자연스레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레콜드와는 기후가 다른 나라, 수인들이 모여사는 나라, 해상무역이 발달한 나라, 마법기술에 특화하여 발달한 나라 등 정말로 신기한 곳들이 많았고 직접 자연환경,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을 직접 보고싶었다. 로이에의 대우 아래에서는 볼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되어있기도 했다. 그의 대우가 나쁘단 것이 아니었다. 다만 셰리아는 왕족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세상을 보고싶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셰리아는 로이에에게 말하는 것을 미루던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을 꺼냈고 당연하게도 로이에는 완강한 반대의사를 내보였다. 여성 혼자서 여행을 하기에 치안이 위험한 나라도 있으며 치안이 위험하지 않아도 범죄자들이 노리기 쉬운 목표물이 된다부터 각 나라마다 적응하는 것, 셰리아 본인의 체력수준을 고려하면 이 모든게 셰리아에게 힘겨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로이에의 불안교정부터 본인의 새로운 견식을 늘리고 싶었던 셰리아의 의견도 완강했다. 

 

 로이에는 자신의 시선 내로 행동 반경을 알 수 없는 셰리아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온갖 불안감이 치솟았다. 그 불안감도 평소에 본인의 업무처리효율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자신이 감정이란 걸 논리사고 과정에서 배제하던 것은 이 같은 이유였다. 감정은 이렇게나 사람을 약해지게 한다. 그런 것을 셰리아에게도 확연하게 느껴지게 하다니 본인이 생각해도 어떠한 조치가 필요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자신과 셰리아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도저히 로이에에게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셰리아를 잃기 싫었다. 그런 로이에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셰리아는 이 말을 했다.

 

"여행이 끝나면 너에게 꼭 돌아올게, 나를 믿어줘. 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나도 믿고 있을게."

 

 어떻게 그렇게 믿음을 손쉽게 말할 수 있는거지라고 반박하려던 로이에가 셰리아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말을 되감아보고, 말을 물릴 수 밖에 없었다. 감정이란 건 본인에게 제어가 손쉬운 상대였다. 그 감정이 셰리아와 관계되어있으면 그건 더 이상 로이에 스스로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있었다. 여행이 끝나면 무사하게 로이에에게 돌아올 것이란 말은 논리성이 결여된 완벽하게 비논리적인 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하는 믿어달라는 그 한마디는 로이에 스스로가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그녀를 믿어주자라며 본인을 설득하고 있었다. 정말로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줄 나를 믿겠다고 하는 말에 그 믿음에 응해주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대신에 로이에 본인과 셰리아 둘이 생각하기에도 이정도면 여행을 할 수 있겠다라는 객관적 판단이 가능할 때까지 셰리아의 원만한 여행을 위해서 로이에 본인이 셰리아를 서포트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고 셰리아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셰리아가 온나라에 대한 기본정보들을 모으고, 본인의 건강 상태를 여행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가고있을 때 로이에는 다가올 이별을 미리 준비했지만 셰리아가 여행의 준비를 끝마칠 때까지 그는 본인의 행동 지령을 만들곤 했지만 도저히 이별이란 것에 준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셰리아의 레콜드를 떠나는 날이 왔다. 꿈 속에서 석양이 지고 있는 레콜드를 보여주기 위해 서있었던 그곳에서, 아침 일찍 해가 떠오르는 레콜드를 바라보면 그 둘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세상을 둘러보고 올지, 난 몰라. 난 너보단 적겠지만 탐구욕이 많거든."

서로가 고하는 이별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둘 다 어색했다. 특히 로이에는 평소보다 기운이 축 처져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셰리아는 로이에의 두 손을 잡아올려서 자신의 작은 두 손으로 로이에의 양손을 붙잡았다. 

"이 여행이 끝마치면 다시 네 곁으로 돌아올게. 난 내가 본 세상을 너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어. 너가 항상 내게 너가 본 세상을 꿈 속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로이에는 다른 이들이 말하는 본인이 탐구심으로 가득할 때의 그 눈빛을 모른다. 그렇지만 셰리아가 본인을 바라보면서 내보이는 그 번쩍임은 분명 다른 이들이 말하는 본인의 눈빛의 번쩍거림과 같은 것이라고 추측가능했다. 탐구심은 사람이 성장하는 한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도 지식에 대한 탐구욕은 나 스스로 성장한 길을 터주었다. 셰리아의 눈빛을 보고 자신이 절대 틀린 선택을 한 게 아니었다는 걸 다시금 인지했다. 그리고 그녀를 응원하고 싶었다. 로이에는 그녀가 이렇게 생각해줄은 생각치도 못 했고, 그녀가 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올지 그것도 로이에의 새로이 생긴 흥밋거리였다.  

"너가 내게 들려줄 세상이 어떨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어. 너가 돌아와 들려줄 그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걱정에 잠긴 눈은 사라지고 생기가 넘치는 로이에의 눈으로 돌아왔다. 힘 없이 안겨있던 두 손이 힘을 품고 나와 시선을 맞춰주는 로이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해줬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그렇지, 그런 너의 눈빛이 좋아. 걱정에 빠져있는 너의 모습보다 그렇게 날 바라보는 눈빛이 더 좋아, 로이에. 

"부디 몸 조심하길 바란다."

"그래, 잘 다녀올게. 로이에도 몸 잘 챙겨야 해."

 

 

 

: 셰리아의 시간 

 

 혼자서 시작한 여행은 두근거림으로 가득찼다.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사람들을 자신이 직접 만난다는 것은 사람을 좋아하는 셰리아에겐 설렐 수 밖에 없는 새로운 경험들임이 분명했다. 매일 비슷한 수준의 의식 속에서 떠다녔고 레콜드에  로이에의 대우 아래에서 머물렀던 탓인지, 셰리아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벅찬 일이었다. 생각보다 차가운 세상이기도 했지만 인복이 좋았던 셰리아는 여럿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갔다. 매일매일 일기 겸 보고서를 쓰면서 자신이 겪은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로이에에게 받은 마법도구로 기록도 해두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곁에 있어줬던 로이에를 그리워했다. 지금쯤 로이에는 뭘 하고 있을까란 사소한 상상만으로도 레콜드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본인의 출신지가 그곳이 아니었는데 왜 본인이 그토록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는 그녀도 깨달아버렸다. 그녀는 온갖 나라들을 거치면서 여럿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만나지고 헤어졌다. 꿈 속에서처럼 누군가의 일방적인 통보와 같이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억 속에 셰리아라는 사람이 있었다라는 사실을 남기면서 떠나고 떠나왔다 

 

"여행을 저 혼자서 하기는 심심하니까 당신과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라며 갑자기 나타난 레콜드에서 만났던 센틱은 여행의 중반부터 셰리아와 함께 했다. 이후로 간 곳들은 치안이 험한 곳들이었기 때문에 온갖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정보관으로 일했던 센틱이 도움이 되었다. 물론 몸이 약해져서 본인의 품안에서 자면서도 로이에 이름을 불렀어야 했냐고 나긋하게 물어오는 센틱은 셰리아에게 곤란한 존재긴 했다.

 

 셰리아 본인이 결국 로이에가 자신이 사라져도 잘 지낼 수 있게 예행연습을 위해 그의 곁을 떠나준 것은 맞았지만 그 안에 내재된 것은 어서 본인이 사라지지 않는 확신을 가지고서 로이에가 불안해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는 소망이었고 자신도 로이에의 곁에 머물고 싶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관계 깊을 것이라 생각한 이려구를 방문한다.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비록 자신이 어떤 이유로 저주에 걸렸는지는 알아내지 못 하지만 저주의 정체를 알아낸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여행을 끝마쳐야할 때가 왔음을 알고 센틱과 함께 레콜드로 돌아간다. 

 

 

 

: 로이에의 시간 

 

 셰리아가 없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 로이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셰리아가 레콜드를 떠난 때부터 로이에의 안에 있던 셰리아에 대한 온갖 걱정들은 가실 줄을 몰랐다. 그녀가 여행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부터 여행을 끝마치고선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인가까지 온갖 가상상황을 끌어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불안감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확신이 나오지 않아, 자신 속에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평소에는 로이에와 맞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동료에게 이를 넌지시 이야기했다. 감정적이며 비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이야기하며 성질이 급해 일을 그르기가 일상이었던 그는 로이에와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놀랍게도 "그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라고 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로이에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애인이 자신이 연락도 쉽지 않은 곳에 가서 연락도 없을 에정인데 당연한 것이며, 왕자님은 온갖 사람들의 행적, 단체와 나라의 움직임 혹은 자연현상이 모두 모이는 기록의 실을 관리하는 한 사람인데 당신이 사랑하는 그 분은 기록되는 대상의 예외이며 그 예외에서 오는 불안감은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다라 말했다. 이 대답을 듣고선 로이에는 본인이 인지한 상대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분명히 감정적이며 부정적인 면만 보았는데, 그에겐 이런 면도 있었던 것인가 본인의 싫다는 명백한 감정으로 그를 제대로 보지 못한 본인이었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 애인분을 찾기 위해 역시 정보관을 파견하는 게 어떠냐며, 반쯤 울컥한 표정으로 자신을 두고 먼저 정보관에게 뛰어가려는 그의 성격이 급한 면은 여전히 싫었다. 

 

 셰리아가 없는 본인을 조롱하러 온 것 같았던 센틱이 보낸 짧은 서신 "걱정하지마시죠."와 함께 같이 온 노란 인간의 머리카락과 개과속에 해당하는 동물의 하얀털로, 그녀의 안전에 대한 걱정은 조금이나마 접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떨어져있는 상대에 대한 걱정이란 관심은 떨쳐지지 않는 본인을 보며 로이에는 단순히 불안이란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본인의 감정을 경이로워 했고 그 모든 불안을 또 가라앉히는 것이 그녀가 나에게 준 믿음이라는 그 마음 하나라는 것으로 본인에 대해 의아해했다. 믿는다라는 행위는 그렇게 어려웠으면서도 손쉽게 저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믿음이란 행위는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그렇게 로이에는 소소하게 무의식적으로 감정은 결단코 자신을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걸 인지했다. 

 

 그리고 로이에는 결정적으로 셰리아가 자신의 곁에서 사라지고서야 알았다. 상대를 걱정하면서 본인의 품안에 가두고 사라져버릴까 조마조마하기엔 시간이란 것은 한정적인 것이며 온전히 상대를 볼 시간도 아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그녀가 사라져버리면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내게 그 무엇보다 큰 존재이니까. 단순히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조마조마하면서 불안이란 감정에 휘둘리기 보단 그녀와 함께 하는 현재를 마주보며 함께 많은 시간을 그녀와 보내고 싶다. 이 단순한 문장 하나를 깨닫기 위해, 자신이 지금까지 그렇게 갑갑해했는지 자조도 했지만 셰리아를 기다리는 로이에의 마음은 예전보다 한결 가뿐해졌다. 

 

 셰리아가 좋아했던 카페에서 혹시 그녀를 만나진 않을까란 기대감으로 그는 매일 그 곳으로 향했다. 물론 그 기대감이 좌절되는 것이 일상이었고 마음이 씁쓸해지는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셰리아가 돌아오면 보여줄 것, 말해줄 것, 줄 선물들이 차금차금 쌓여가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을 받아주는 그녀의 반응을 추측해보고 그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그 경험 모두를 전해줄 지 기대하는 것은 그녀가 돌아올 날을 즐겁게 기다리게 했다.

 

| 재 회 

 

"매일 시키던 걸로."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똑같은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를 가져가기 위해 매일 서있던 곳에 서있었다. 매일의 똑같은 카페가 아님을 직감했다.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거르지 않고 방문하는 그 카페에 분명히 이질적인 것이 있었다. 금발과 약간의 백발이 섞인 여우의 귀와 꼬리를 가진 수인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떠나던 셰리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레콜드를 떠나기 전 셰리아의 머리카락보다 예측하건대 지금 내가 보는 수인의 머리기장이 약 14cm정도 더 길다. 야외를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 새하얗던 셰리아와는 달리 그는 조금은 색이 살구색에 가까운 피부톤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명에 빛을 반사하는 피어싱에 박힌 녹색이 섞인 푸른 광석은 때가 껴보였지만 내가 셰리아에게 선물했던 피어싱의 광석과 같았다. 로이에가 바라보던 수인의 눈은 날 좋은 바닷가에서 파도치는 바닷물들이 푸르른 하늘을 닮고 싶었던 그 색을 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그 눈은 나를 바라보던 셰리아의 눈동자가 맞았다.

 

 레콜드에 돌아왔지만 선뜻 로이에를 어떻게 만나러 갈지 도통 용기가 안 났다. 본인이 너무 바뀌어서 돌아오면 섭섭해할까도 싶었지만 바뀐 본인을 보여주고 싶어서 셰리아는 깔끔하게 자신의 용모를 단정하게 했을 뿐 바뀐 모습 그대로 레콜드를 돌아다녔다. 그 바로 첫날 로이에를 만난 것은 기적이었다. 솔직히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셰리아가 돌아왔다고 로이에의 귀에 들어갔을 거고 더 어색한 만남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눈을 마주치고 나선, 말도 없이 서로만 바라보고 있어서 그걸 지켜보던 센틱이 한숨을 쉬면서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그 분위기는 파했고 익숙하던 그 카페에서 함께 잠시 커피를 즐기는 것으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센틱은 알아서 먼저 어디론가 가버리고 셰리아와 로이에 둘만이 남았다.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서로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정리했던 그 말들을 다시 되짚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온기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시작은 계속 혼자서 예행연습을 해왔던 로이에가 말을 먼저 꺼냈다. 로이에는 자신이 느낀 불안함, 감정이 본인을 얼마나 약하게 만들었는지 익숙함이 이렇게나 두려운 것인가를 여러모로 생각해봤다고 그리고 누군가를 믿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불러오는지까지 이야기했다. 너가 나를 믿겠다는 그 말로 나는 널 믿고 너가 돌아올 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며 너는 생각보다 내게 온갖 새로운 현상을 야기하는 존재라고 말해준다. 그러고선 자신의 말을 끝마치고 로이에는 셰리아가 해줄 말을 기다렸다. 그녀가 자신을 떠난 동안 무엇을 알아왔을지 그에게는 큰 관심거리였다.

 

 로이에의 그동안의 경험을 들으면서 셰리아는 자신 안에 뿌듯한 감정이 복받쳐올라오는 걸 느끼면서 말이 끝나고선 바로 로이에의 너의 경험을 이야기해달라는 눈빛을 빤히 받았기에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느낀 감상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전해들은 것과는 조금 다른 세상이었다는 것으로 말을 시작했으나 다들 자기만의 이야기를 두른 채로 살아가고 있었고 본인이 꿈속에서 본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 끝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셰리아는 온갖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로이에였고, 본인이 상대의 불안증을 해소하려고 떠나려고 했던 것이지만 그것보다도 본인 스스로가 로이에의 불안요소 자체가 되는 것이 싫었다는 것을 전했다. 그리고 로이에와 자신이 계속 함께일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얻고 싶었던 것이 여행의 본목적이었음을 여행 중간에 깨달았다는 것까지 말했다. 

 

 그걸 듣던 로이에는 궁금증을 참지 못 하고 "그렇다면 너가 지금 이 곳에 돌아온 것은 저주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인가?" 라고 질문했고 그에 셰리아는 이려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 존재와 꿈꾸는 사람, 그 두 사람 모두가 서로와 꿈 너머에서도 함께이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하고, 그 사람이 깨어나면 그 존재는 현실에 그 사람 곁에 존재하게 된다고 해. 저주 아니 주술의 흔적으로 여우신의 모습만 남고 일반적인 인간으로서 남은 생을 살아간다가 그 주술에 걸린 사람이 꿈을 빠져나온 후의 끝이래."

신중하게 나의 말을 듣고 있던 로이에는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다시 그에게 결론을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주술은 이미 풀린거야. 이제 나는 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셰리아가 예상했듯이 로이에는 그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냐고 물었다. 셰리아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해당 마법 주술을 만들어낸 사람과 일평생 함께 하다 여전히 홀로 살아오고 있는 이려구의 나이가 든 천호를 통해서 해당 주술들의 정보들을 얻어냈다. 주술을 어떻게 행하는 지는 해당 정보는 당사자가 원했기에 천호가 파기해서 알 수 없었지만, 그 천호는 이 주술을 통해 얻게 되는 것과 저주가 풀리는 방법을 알려줬다. 정확히는 그 자는 주술자 본인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고 애달픈 목소리로 말했었다. 

 

 자신이 과거에 무슨 이유로 그 주술을 본인에게 걸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 너와 계속 함께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알 수 없는 것은 뒤로 미뤄놓고 현재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롯이 온정을 전하겠다고 셰리아도, 로이에도 생각했다. 물론 아직도 서로에게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지금 안겨있는 이 순간을 즐기자고 둘은 그렇게 마음먹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에 바빴다.

 

 

 

| 인간관계  

 

 

 

 

[ 꿈왕국 내 캐릭터와의 관계 ]

 

- 로이에

 

로이에 > 셰리아 : 셰리아

셰리아 > 로이에 : 로이에 

 

처음에는 흥미로운 탐구대상이었다가 이젠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버린 편.

 

 

[ 창작캐들과의 관계 ]

 

 

01. 센틱(드림주)

 

센틱 > 셰리아 : 귀여운 여우씨, 셰리아씨

셰리아 > 센틱 : 센틱, 센(여행중반부터)

 

 역사 기록과 관련해 정보에 이상이 생겼을 시, 해당 나라로 파견되어 해당 사건에 대해 정보를 모아 레콜드에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다만 로이에가 셰리아를 꿈 속에서 처음 볼 즈음에 로이에에게 사퇴서 내고 잠시 어디론가 떠났다.   레콜드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로이에와 동료들을 만나고 소문이 자자한 본인 후속의 후배(본인 직속은 아니라서 대놓고 핑계인거다)를 보겠다고 셰리아에게 바로 찾아간 편.

 

 로이에를 고열에 녹은 버터마냥 녹힌 셰리아가 궁금해서 본인이 직접 보러왔다고 셰리아와 간단한 첫인사 후에 바로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면서 보통의 여성과 다를 것이 없어보이는 모습에, 어떻게 로이에를 그렇게 만들었냐고 꼬치꼬치 캐묻다가 생각보다 스킨쉽이 귀여운 편이냐며 물었고 이에 당황하는 셰리아.  센틱의 행방을 묻다가 느낌이 싸했던 로이에가 타이밍 좋게 도착하면서 외줄타기 하듯 조금 위험했던 첫만남 종료.

 

 이후 단 둘이서 시간 보내려는 로이에와 셰리아의 사이에 낑겨드는 경우가 많아졌고, 로이에는 부정하지만 여러모로 친구같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자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곤 해가지고 언제 한번은 돌아왔더니 귀여운 여우씨는 없고 좀 축 쳐져있는 로이에만 있길래 사정을 묻고, 여우씨 혼자서 여행을 한다기에 조금 의아해했다. 바로 직후 문로드가 열린 나라들 몇을 찾아보고서 셰리아를 찾아나선 편. 정보관으로 일했던 사람답게 찾아냈다.

 

 셰리아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본인이 로이에가 녹은 버터처럼 되었다라고 셰리아에게 말한 것처럼 본인도 녹은 버터같이 부드러워졌다. 

'꿈속에서 시작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목을 입력하세요  (0) 2020.12.14
희망과 소망  (0) 2020.11.07
꿈속에서  (0) 2020.10.31
기억나지 않는 꿈  (0) 2020.10.11
드림캐에 대한 캐해석 어쩌고 저쩌고는 무슨 진검필(뇌)절함  (0) 2020.10.09